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의 사전적 의미는 미적 작품을 형성시키는 인간의 창조 활동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러나 "예술 사회학"에서는 보다 세속적이고 넓은 의미의 예술로 정의하는데, 사회학자 Howard Becker는 예술을 정의할 때 맥락의 중요성을 지적합니다. 그는 사람들이 어떤 작품을 예술이라고 부른다면 그것이 곧 예술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예술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것은 사회학적으로 정의된다고 말하죠. 즉, 사람들에게 예술이라고 인정받았을 때, 그것은 예술이 된다는 것입니다.
John Cage의 <4분 33초>라는 작품은 예술과 비예술에 대한 사회적인 정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4분 33초>는 1952년 뉴욕에서 David Tudor의 연주로 초연됐는데, 피아노 앞에서 연주자는 피아노 위에 시계를 올려놓고 피아노 덮개를 덮더니 4분 33초 동안 침묵한 후 다시 덮개를 열면서 공연을 마쳤습니다. 이 작품은 John Cage의 대표작이면서도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전위음악 공연으로, 아직도 음악의 정의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단지 4분 33초라는 시간 동안 연주자가 앉아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 연주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해 “예술 작품이다”라고 말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하죠. 하지만 이러한 침묵의 음악 또한 대중들에게 음악으로써 인정받는다면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된다는 것이 Howard Becker의 예술에 대한 정의입니다.
책에서는 또한 사회학에 대한 주요 접근법을 구분해서 특징을 설명하며,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설명합니다. 먼저 사회학의 실증주의적 접근은 사회학을 자연과학의 지식과 유사한 학문으로 정립시키고자 하였으며, 경험적 관찰과 인과관계에 대한 과학적 진술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이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면밀한 분석을 실시하는 방법인 해석적 접근법도 있습니다. 또한 자본가와 무산 계급 간의 관계에 관심을 둔 마르크스주의를 중점으로 생각하는 비판론적 접근법과,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사회가 변화할 때 사회에 대한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인 성찰성을 중점으로 둔 포스트모던 접근법이 사회학의 주요 접근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접근법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다양한 접근법을 바탕으로, 사회의 다양한 양상에 대해 이해와 연구를 해나가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다양한 접근법을 가지고 여러 가지 예술 사회 현상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작품의 예술가는 누구인가
하워드 베커는 예술 사회학에 중요한 공헌을 한 사회학자입니다. 그는 예술을 사회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술을 집단적 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베커에게 예술은 완성된 산물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과정이었고, 예술 과정의 모든 측면이 그 최종 산물을 형성하는데 뒷받침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예술가 개인이 예술을 창조하는 것보다, 예술계라는 집단에 의해 창조되지만 사회적으로 예술 작품의 대부분 특별한 개인 한 명에게 그 공로를 인정해준다고 여겼습니다. 베커의 주장처럼 우리 사회에서는 예술 작품은 대부분 한 사람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주는 경우가 많았고, 보조 인력이라 일컫는 작품의 스텝들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2014년 개봉했던 영화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의 행동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영화계에서 처음으로 모든 스텝들에게 표준계약서를 쓰게 한 감독이었기 때문입니다. 표준계약서의 대략적인 내용은 첫째 하루 12시간으로 촬영 제한, 둘째 초과 촬영 시 초과수당 지급, 셋째 1주일 1회 휴일 보장, 넷째 4대 보험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현재 한국의 영화계 스텝들의 환경은 생각보다 훨씬 열악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일반적인 것처럼 치부하였습니다. 하지만 윤제균 감독은 “힘든 여건 속에서 일하는 스텝들을 위해, 막내 스텝들까지 보장하겠다.”라고 약속하였죠. 그가 약속했던 것들이 당연했지만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희생하라고 강요하였던 한국 사회에서 큰 파장이 일었던 사건이었습니다. 또한 영화라는 예술작품을 감독이나 배우들만의 공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열심히 그리고 묵묵히 일하는 스텝들에게도 공로를 인정하고 그 몫까지 주려 하였던 그의 행동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한 사람의 열정으로 만들어지는 예술작품이 있는가 하면, 여러 사람들의 노력과 생각으로 완성되는 예술작품이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앞서 말한 것처럼 소수의 사람에게 그 공로가 집중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일의 중요도를 벗어나 자신의 맡은 업무에서 예술작품을 위해 충실히 하였다면 이 또한 예술작품을 만든 예술가로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요? 몇 년 전, 영화배우 황정민은 영화제에서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놓았습니다.”라고 수상소감을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의 수상소감에서 저는 완성된 영화를 자신이 얼마나 잘 표현했는가 보다 다른 스텝들의 노력을 더 생각해주었던 그의 자세가 멋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부분의 영화, 뮤지컬, 연극 등의 예술작품은 집단에 의해 창조됩니다. 베커의 말처럼 예술가가 소수가 아니라 종사한 모두를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책 별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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