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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하나. 이해인, 어떤 결심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많이 아플 때 꼭 한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고요히 나 자신만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저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 - 이해인, 어떤 결심
쉰. 김준, 마침표 때로는 쉼표보단 마침표가 필요하다 특히 나만 애절하게 잡고 있는 관계라면 그곳엔 반드시 필요하다 - 김준, 마침표
마흔아홉. 도종환, 깊은 물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 이 저녁 그대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 돌아오는 길에도 시간의 물살에 쫓기는 그대는 얕은 물은 잔들만 만나도 소란스러운데 큰 물은 깊어서 소리가 없다 그대 오늘은 또 얼마나 소리치며 흘러갔는가 굽이 많은 이 세상의 시냇가 여울을 - 도종환, 깊은 물
마흔여덟. 류근, 어쩌다 나는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명랑한 햇빛 속에서도 눈물이 나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깊은 바람 안에서도 앞섶이 마르지 않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무수한 슬픔 안에서 당신 이름 씻으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가득 찬 목숨 안에서 당신 하나 여의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삶이 이토록 아무것도 아닌 건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어디로든 아낌없이 소멸해버리고 싶은 건가 - 류근, 어쩌다 나는
마흔일곱. 고솜이, 수요일의 커피하우스 "가끔은 말이야, 이런 날도 필요해." 그래, 가끔은 이런 날도 필요할지 모른다. 느리적거리고 서서히 깨어나는, 물 위를 떠다니는 작은 섬처럼, 빗방울이 세포 하나하나에 스며드는 감각. -고솜이, 수요일의 커피하우스
마흔여섯. 헤르만 헤세, 연가 나는 꽃이기를 바랐다. 그대가 조용히 걸어와 그대 손으로 나를 붙잡아 그대의 것으로 만들기를. - 헤르만 헤세, 연가
마흔다섯. 못말 김요비, 안녕, 보고 싶은 밤이야 살다 보면 이유 없이 누군가의 미움을 사기도 하는 법. 없는 이유에는 의미를 두지 않기로 한다. 나도 가끔은 내가 어두워 맑은 하늘을 원망했으므로. 안아주기로 한다. 하늘이 내게 그랬던 것처럼. - 못말 김요비, 안녕, 보고 싶은 밤이야
마흔넷. 이병률, 눈사람 여관 아픈 데는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없다,라고 말하는 순간 말과 말 사이의 삶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물소리가 사무치게 끼어들었다. - 이병률, 눈사람 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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