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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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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알폰스 무하 이모션> 리뷰 “실외 예술은 음악이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것 같은 언어이다. 회화, 조각, 건축과 같은 예술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을 완성하여 우리 눈에 말을 걸어야 한다.” 오늘 우연히 “알폰스 무하”의 전시를 보러 갔다. 일반적인 전시가 아닌 미디어 아트여서 처음에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다. 입장을 하고 들어간 전시는, 음악에 처음 압도되고 움직이는 그림들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의 작품과 시대에 아는 것 없이, 전에는 그냥 일러스트라고 지나쳤던 것이 바보 같았다. 전시 은 알폰스 무하의 작품을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시킨 브랜드 iMUCHA의 작업이라 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벨 엘포크 시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자 했다. 알폰스 무하는 19세기말 보수적인 유럽 예술가에서 본인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국립중앙박물관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리뷰 전시 는 예약이 너무 빨리 마감되어 못 볼 줄 알았는데, 친구 덕분에 주말 오전의 좋은 시간에 예약할 수 있었다. 든든하게 김밥을 먹고 들어가서 본 전시는, 김밥을 안 먹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생각될 만큼 긴 시간 동안 열심히 집중해서 본 전시였다. 한국과 영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영국 내셔널갤러리에서 소장된 거장들의 명화 52점을 전시한 이번 전시는, 라파엘로, 카라바조, 렘브란트, 고야, 모네, 르누아르, 고갱, 반 고흐 등 서양 미술에서 너무나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작품의 전체를 보는 것도 좋았지만, 수백 년의 시간이 지나 보이는 그 시대를 표현한 거장들의 시선과 그들의 붓질 하나하나에 담긴 질감과 색의 표현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흥미롭게 구성된 전시 흐름에 따라 대단한..
사랑했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헌정, 방금 떠나온 세계 - 김초엽 "사랑하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신에게도 있지 않나요." 이 문장의 의미가 무엇인지, 소설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알 거 같았다. 상대방을 온전히 사랑하지만, 그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소설 속 주인공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 누군가는 긴 시간이 지나고 상대방의 행동의 의미를 이해했고, 누군가는 그의 흔적을 따라가기도 했고, 누군가는 나중에 이해해 주길 하고 바랬다. 소설 속 이야기는 오랜 시간이 지난 미래였지만, 줄거리를 지운 채 본 감정과 생각들은 나의 과거의 인연과 현재의 인연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게 했다. 내가 사랑했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존재는 당연히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해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파괴의 역사와 비극적 현실,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The King's Man) 감상평 “킹스맨 3”는 킬링타임으로 보았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시기와 맞는, 아니 의미가 잘 전달된 듯한 영화로 와닿았다. 여러 사람, 나라의 이해관계로 얽매여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1차 세계대전으로 수많은 죄 없는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내가 왜 여기서 두려움에 떨고 배고픔, 추위에 지치는지 모른 채 적이라는 이름으로 똑같은 젊은이를 죽이고, 누구든 믿지 못한 채 서로가 서로에게 총을 거두는 그런 상황. 연합국의 적인 독일, 러시아를 바보같이 그려놓긴 했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전쟁과 죽음, 고통을 잘 그려냈다. 애국심이라는 이름으로 전쟁터에서 누구든 용감할거라 여겼지만, 똑같이 나약한 인간이었다. 죽음을 두려워했던 앳된 소년들. 집에 가고 싶었던 평범한 젊은이들... 지금 우크라이나의 전..
나의 미루는 하루, 미루기의 천재들 - 앤드루 산텔라 나의 하루를 생각해 본다. 자기 전,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출근 전에 책을 읽어야지'라고 다짐하며 알람을 5시에 맞추고 잠이 든다. 다음날 5시에 울리는 알람을 5분씩 늦추며, 출근 준비 시간이 임박해져서야 침대에서 일어난다. '난 왜 이럴까' 자책하면서 출근한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나면, 오늘은 책을 읽어야지, 일기 써야지, 영어 공부해야지 같은 다짐에서 나는 해이해진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할까?'라는 달콤한 유혹에 이기지 못한 채 넷플릭스를 본다. 이런 하루에서 늘어가는 건, 나에 대한 자책뿐. 책 속 미루기의 위인들은 그래도 미루기를 하며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는 거 같은데, 난 왜 이 모양일까. 처음 책을 읽었을 때 든 생각이었다. 책을 읽다가 내 머리를 탁 치던 문구가..
나의 지난 인연들, 피프티 피플 - 정세랑 내게 지나간 인연은 몇 명쯤 될까? 수년을 알고 지냈던 사람이 있었고, 몇 시간 잠깐 얘기를 나눈 사이도 있었다. 몇몇 사람들과의 추억이 떠올랐다. 그들이 지금도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문득 내가 모르는 그 사람들의 현재 삶이 궁금해졌다. 어린 시절 난, 서예 학원에 다녔다. 그 시절 산만한 아이들의 집합소라고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서예 학원은 늘 시끌벅적했다. 서예 학원 선생님은 그 당시에도 머리가 희끗희끗했던 할아버지 선생님이셨다. "선생님! 선생님!" 하고 끊임없이 부르고 옆 친구와 장난치는 우리에게, 지금 생각하면 아마도 내면을 단련시키는 방법을 서예로 가르치려고 하셨던 것 같다. 엄했지만 다정하셨던 나의 할아버지 선생님. 선생님은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가 되면, 산타 할아버..
미래에 대한 꼬리를 무는 생각들,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 - 구정은, 이지선 1. 어릴 적 미술 시간이 문득 떠올랐다. “미래의 모습”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게 했던 수업 시간에서, 다양한 미래의 모습을 그렸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친구가 그린 모습들은 과학의 발전과 행복한 사람들이었다. 날아다니는 자동차, 하늘 위 또는 바닷속에 건설된 도시, 로봇으로 대체된 수많은 업무 등 기술의 발전으로 풍요로워진 인간의 삶을 상상했다. 하지만 요즘 기술의 발전이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었다. 다수의 행복이 아니라, 소수만을 위한 행복일지도 모를 거라는 생각. 어쩌면 내가 접했던 콘텐츠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디스토피아를 그려낸 영화 “승리호”는 엄청난 부익부와 빈익빈의 차이를 보여주었다. 미래라는 게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가난한 자들. ..
나는 나의 불안을 사랑한다, 우울할 땐 뇌과학 - 앨릭스 코브 멋있어 보이던 사람이 있었다. 자기 일에 전문성을 갖고 자신감이 넘치던 사람. 그 사람에게 바보 같은 질문을 했더랬지. 불안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생각하면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 생을 살면서 불안을 어떻게 가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질문을 했던 당시에는 미래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들로 불안하고 우울했던 내가 있었다. 그리고 멀리서 봤을 때 선망했던 그 사람은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바보 같은 질문에 정성스러운 대답을 해준 그 사람이 종종 생각난다. 그리고 그 대답을 곱씹으며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해 본다. 불안에 집중하기보다는, 불안은 내 삶의 일부분이라고 받아들이고 현재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도록 노력해 보라는 말과, "산 입에 거미줄 치겠냐. 굶어 죽지는 않겠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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