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 될 거야, 영화 승리호(Space Sweepers) 감상 후기 (스포 있음, 주관적 해석)

" 우주에서는 위도 없고 아래도 없대요.

우주의 마음으로 보면 버릴 것도 없고 귀한 것도 없고요. 다 자기 자리에서 다 소중하다.  "

- 승리호 中

 

 

영화 <승리호> 스틸 이미지 / 사진: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는 송중기 배우님의 인터뷰를 읽고, 그가 연기한 태호라는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으로 본 영화였습니다.

 '자신이 동질감을 느낀 배역을 어떻게 표현할까?'라는 궁금증이었죠.

 

송중기는 태호 캐릭터에 대해
"처음 대본을 읽은 뒤 태호에게서 '자포자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삶의 무언가를 내려놓은, 아무 생각도 없고 정체되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촬영 당시 실제 제 마음 상태와 태호가 비슷했다."라고 표현했던 바.

 

 영화는 태호가 순이에게 약속했던 '좋은 사람'이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여행기입니다. 소년병으로 자라 명령만 따랐던 태호가 순이를 만나 사랑을 알게 되고 '좋은 사람'이 되기로 결심하지만, 그 순간 인생의 밑바닥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순이는 태호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처음에는 삶의 목적, 삶을 살아가야 할 새로운 이유였다고 느꼈습니다. 순이의 죽음 후, 태호는 죄책감의 산물처럼 그녀의 시신을 찾아 헤매죠.

 

 태호는 처음 순이를 죄책감 때문에 데려와 키웠을 것입니다. 사랑으로 변했죠. 하지만 자신 조차 돌볼 기력이 없어진 나약한 순간에 순이를 잃습니다. '자포자기'. 순이를 찾아 헤매는 그의 삶에서, 순이를 찾고 난 다음의 삶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녀를 찾은 후 그가 어떻게 살아갈지 상상이 가지 않았어요. 그는 죄책감을 덜어줄 어떤 행동을 반복적으로 할 뿐이었습니다.

 

 

영화 <승리호> 스틸 이미지 / 사진: 넷플릭스

 

 

 그런 태호에게 꽃님의 등장은 치유의 과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처음에는 꽃님을 통해 돈을 벌 목적이었지만, 설리반의 숨겨진 진실과 계획을 알게 되며 그에 맞섭니다. 꽃님을 죽이기 위해 쫓아다니는 설리반에게 대항하는 태호는, 순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좋은 사람'이 될 거라는 새로운 삶의 목적이 생긴 것입니다.

 

 순이에게 다 전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안함과 평생의 속죄를 지고,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태호의 마음을 생각하니 슬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가 과거의 죄책감을 붙든 채 방황하지 않고 앞을 나아가는 걸 보니, 곁에 있는 또 다른 가족들과 사랑하며 지낼 그의 삶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영화 <승리호> 스틸 이미지 / 사진: 넷플릭스

 

 

 디스토피아를 그려낸 "승리호"는 엄청난 부익부와 빈익빈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미래라는 게 그리 아름답지 않죠.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가난한 자들. 지구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위로 올라갈 사다리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주 위성궤도에 선택받은 인류만이 살 수 있는 UTS를 창조하고 지배하는 설리반은 자신이 옳다는 확신에 가득 찬 인물입니다. 전 설리반이 자신이 행하는 과업에 약간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 느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가치관에 반하는 인물들에게 바로 죽이면서 앙갚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에게도, 태호에게도 선택을 강요합니다.

 

 자신에게 증오심을 퍼부었던 상황을 만들어 똑같은 선택을 하게 함으로써, 그들 또한 똑같이 추악한 인간임을 깨닫게 만듭니다. 기자에게는 살인을 하게 하며, 태호에게는 꽃님을 판 돈을 받게 하죠. 기자와 태호가 자신의 밑바닥을 보고 좌절할 때, 설리반은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견고히 다지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가치관이 늘 옳다고 믿었던 설리반의 마지막 대사는 의미심장합니다. "어째서 왜 이렇게 된 거야? 내가 옳다고 믿었는데…" 그가 맹목적으로 추구했던 가치관이 옳지 않았음을 영화는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문화는 한 시대를 반영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승리호"를 보면서, 정보의 불평등과 그걸 쥐고 있는 기득권들이 행하는 불합리한 일들이 요즘 우리나라의 민낯과 너무나 닮았습니다. 본인들이 옳다고 믿는 것들이 과연 옳은 것인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영화 <승리호> 스틸 이미지 / 사진: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는 '좋은 사람'이 승리한다는 의미를 전달하는 이야기입니다. 착한 결말을 만들기 위한 줄거리 때문인지, 2% 아쉬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고 그들로부터 세상은 점점 좋아진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 영화 덕분에,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저도 승리호의 선원들처럼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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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화 별점은?

 

★★★★☆

 

 

승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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