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은 언제나 믿는 자의 편이야. "
- 반지의 제왕 中
어렸을 적 동심 가득한 순간으로 돌아가는 건 설렘과 그리움의 감정이 동반됩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은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판타지 영화라 재개봉의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으며 재미있게 보았던 그 시절의 추억과, 영화를 본 후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어린 날의 제가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 보니 조금은 어색한 CG와 오크 분장들로 웃기도 했는데, 높아져버린 제 눈이 야속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노래가 흘러나오며 호빗 마을이 나올 때의 감동은 잊을 수가 없어요. 오랫동안 꼭꼭 숨겨 놓았던 어릴 적 보물 상자를 꺼내 본 기분이랄까요? 먹먹하고 설렜던 "반지의 제왕" 3편을 다시 본 후의 제 생각을 들려 드릴게요.
어릴 때 본 기억에서 강렬하게 남은 건, 오크와 인간 간의 전쟁에서의 잔인함과 골룸의 반지에 대한 집착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 다시 본 영화는 인물들의 감정에 더 집중이 되었습니다. 아라곤, 프로도 등 주인공들의 내면의 갈등에서 나약함과 강인함을 보았고, 불리한 전쟁에서도 서로를 믿으며 사우론에 맞서 싸우는 그들의 모습에서 믿음, 사랑, 희망 등의 감정들을 느꼈습니다. 그들의 대사와 행동들을 보고, 영화가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조금은 알 거 같습니다.
인간은 늘 두려워했습니다. 두려움을 이기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 그것이 지금까지 인간이 살아간 원동력이었음을 로한의 왕으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마지막까지 굴복하지 않고 맞서자고 한 용기로요. 그것은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나와야 하는 용기인 것입니다. 처음에는 무조건 백성들을 지켜야 한다고 했던 그가, 방어와 피신만 하던 그가 맞서던 장면에서는 희망이 보였습니다.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그의 용기에서 지지 않을 거란 희망을요.
로한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봤기 때문일까요? 영화에서 로한의 공주, 에오윈이 가장 용감하다고 느꼈습니다. 두려움에 맞서 전쟁에 나가 싸우는 그녀의 결연한 의지에서, 로한의 왕에서 보였던 희망이 보였습니다. 에오윈이 나즈굴을 죽일 때의 용감함은 나약한 인간이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희망은 언제나 있다는,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나타내는 것 같았어요. 용감해지는 것, 그건 언제나 강인해 보여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두려움에도 도망가지 않고 맞서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가장 연민을 느꼈던 인물은 파라미르였습니다. 죽을 줄 알지만 아버지의 명령으로 다시 전장으로 가던 그의 장면은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지는 게 뻔했고 모두가 죽는다는 걸 알았지만 적들을 향해 가는 그 길에서, 그는 두려움과 체념, 상실을 느꼈던 거겠죠. 짧게 등장했지만, 그의 서사에서는 절망과 슬픔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영화를 다시 보며 인물의 내면을 가장 많이 생각했던 건 프로도와 골룸이었습니다.
프로도에게 골룸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어렸을 때는 '왜 같이 다녀? 왜 안 죽여?'라는 일차원적인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보고 대사를 곱씹으며 느꼈던 건, 프로도의 두려움이었습니다. 그도 반지에 자신이 잠식당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 골룸처럼 될 수도 있다는 무서움을요. 그래서 골룸이 다시 호빗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그래야만 자신도 괴물이 아닌 호빗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저버리지 않을 수 있었으니깐요.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밝고 명랑하던 프로도가 사라지고, 점점 어두워지는 그의 내면이 걱정되었습니다. 그가 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말했던 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할 거란 두려움이 아니라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골룸에게 프로도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골룸이 반지에 사로잡혀 살아있는 몇 백 년 동안 그는 호빗 사회에서 추방되었습니다. 점점 사회성이 사라지고 괴물이 되었습니다. 불을 사용하지 않고, 두 발로 걷지 않으며, 2개로 나뉜 인격만이 대화 상대였죠. 그렇게 홀로 몇 백 년을 살다가 만난 프로도는 그에게 골룸이 아닌 스미골이라고 불러주었습니다. 자신이 호빗으로 살던 때에 불리던 이름으로 말이죠. 자신이 괴물이 아님을 알려주는 이로 여겼을 것입니다.
그래서 두 개의 인격이 충돌할 때 스미골로 불러주는 단 한 사람, 프로도를 배신할 지에 대한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죠. 골룸은 프로도를 배신했지만, 그에게 마음을 열었던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외로움과 핍박을 받았던 긴 세월에서 프로도를 구원자로 여겼습니다. 끝내 반지에 대한 탐욕을 이기지 못해 프로도를 배신하고 반지와 함께 죽지만, 골룸이 처음부터 프로도를 배신할 마음을 먹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가 반지에 잠식되어 자신을 잃고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이 불쌍하다고 느꼈습니다. 탐욕과 집착을 이겨낼 수 없었기에 반지에 자신을 바친 것이죠.
어른이 되어서 다시 본 영화 "반지의 제왕"은 경이로웠습니다. 단순한 판타지물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심리,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서사에 황홀한 대자연의 풍경, 그리고 공들인 흔적인 가득한 모든 장면들은, 엔딩 크레디트가 끝날 때까지 자리에 머물게 만들었습니다. 조금 더 영화의 감동을 느끼고 싶어서요. 앞으로 수많은 영화들을 보겠지만, 어린 날의 저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했던 "반지의 제왕"은 언제나 최고로 기억될 것입니다.
내 영화 별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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