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생활 (84) 썸네일형 리스트형 한가람미술관 <불멸의 화가 반 고흐> 리뷰 대학생 때 떠난 배낭여행에서 처음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만났다. 수많은 작품들 속에서 그의 작품을 쳐다보았을 때의 감정은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강렬한 기분, 그가 그림을 그렸을 때 어떤 감정이었을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색채, 강렬한 터치, 반 고흐의 작품은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그림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그렇게 반 고흐의 작품은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우연히 빈센트 반 고흐의 전시가 열린다는 광고를 보고 얼리버드로 구매했던 티켓이었다. 티켓의 기한이 끝날 무렵에야 시간이 나서 전시를 보러 갈 수 있었다. 1월의 막바지, 전시회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그래서인지 집중하기가 조금 어려웠지만, 10여 년 전 그때 느꼈던 강렬한 감정.. 다양한 사랑의 형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처음 그녀의 소설을 읽었을 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울림을 느꼈다. 차가운 듯한 소설 속 미래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시선들에 매료되었다. 미래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이고 낯선 상황에서, 작가가 풀어가는 이야기의 방식이 퍽 마음에 들었다. 모든 이야기가 좋았지만, 특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소설은 2가지 이야기였다. 소설 "그는 놀랍고 아름다운 생물이다.” 소설 을 읽고 나서는, 마음 한 구석이 시리고 아련해졌다. 생긴 것도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지만,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존재로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리워하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 이것은 사랑의 형태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개체가 다른 개체로 넘어가지만 그들만의 기록에서, 희진을 돌봐주고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알폰스 무하 이모션> 리뷰 “실외 예술은 음악이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것 같은 언어이다. 회화, 조각, 건축과 같은 예술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을 완성하여 우리 눈에 말을 걸어야 한다.” 오늘 우연히 “알폰스 무하”의 전시를 보러 갔다. 일반적인 전시가 아닌 미디어 아트여서 처음에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다. 입장을 하고 들어간 전시는, 음악에 처음 압도되고 움직이는 그림들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의 작품과 시대에 아는 것 없이, 전에는 그냥 일러스트라고 지나쳤던 것이 바보 같았다. 전시 은 알폰스 무하의 작품을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시킨 브랜드 iMUCHA의 작업이라 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벨 엘포크 시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자 했다. 알폰스 무하는 19세기말 보수적인 유럽 예술가에서 본인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국립중앙박물관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리뷰 전시 는 예약이 너무 빨리 마감되어 못 볼 줄 알았는데, 친구 덕분에 주말 오전의 좋은 시간에 예약할 수 있었다. 든든하게 김밥을 먹고 들어가서 본 전시는, 김밥을 안 먹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생각될 만큼 긴 시간 동안 열심히 집중해서 본 전시였다. 한국과 영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영국 내셔널갤러리에서 소장된 거장들의 명화 52점을 전시한 이번 전시는, 라파엘로, 카라바조, 렘브란트, 고야, 모네, 르누아르, 고갱, 반 고흐 등 서양 미술에서 너무나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작품의 전체를 보는 것도 좋았지만, 수백 년의 시간이 지나 보이는 그 시대를 표현한 거장들의 시선과 그들의 붓질 하나하나에 담긴 질감과 색의 표현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흥미롭게 구성된 전시 흐름에 따라 대단한.. 사랑했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헌정, 방금 떠나온 세계 - 김초엽 "사랑하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신에게도 있지 않나요." 이 문장의 의미가 무엇인지, 소설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알 거 같았다. 상대방을 온전히 사랑하지만, 그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소설 속 주인공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 누군가는 긴 시간이 지나고 상대방의 행동의 의미를 이해했고, 누군가는 그의 흔적을 따라가기도 했고, 누군가는 나중에 이해해 주길 하고 바랬다. 소설 속 이야기는 오랜 시간이 지난 미래였지만, 줄거리를 지운 채 본 감정과 생각들은 나의 과거의 인연과 현재의 인연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게 했다. 내가 사랑했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존재는 당연히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해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 파괴의 역사와 비극적 현실,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The King's Man) 감상평 “킹스맨 3”는 킬링타임으로 보았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시기와 맞는, 아니 의미가 잘 전달된 듯한 영화로 와닿았다. 여러 사람, 나라의 이해관계로 얽매여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1차 세계대전으로 수많은 죄 없는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내가 왜 여기서 두려움에 떨고 배고픔, 추위에 지치는지 모른 채 적이라는 이름으로 똑같은 젊은이를 죽이고, 누구든 믿지 못한 채 서로가 서로에게 총을 거두는 그런 상황. 연합국의 적인 독일, 러시아를 바보같이 그려놓긴 했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전쟁과 죽음, 고통을 잘 그려냈다. 애국심이라는 이름으로 전쟁터에서 누구든 용감할거라 여겼지만, 똑같이 나약한 인간이었다. 죽음을 두려워했던 앳된 소년들. 집에 가고 싶었던 평범한 젊은이들... 지금 우크라이나의 전.. 나의 미루는 하루, 미루기의 천재들 - 앤드루 산텔라 나의 하루를 생각해 본다. 자기 전,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출근 전에 책을 읽어야지'라고 다짐하며 알람을 5시에 맞추고 잠이 든다. 다음날 5시에 울리는 알람을 5분씩 늦추며, 출근 준비 시간이 임박해져서야 침대에서 일어난다. '난 왜 이럴까' 자책하면서 출근한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나면, 오늘은 책을 읽어야지, 일기 써야지, 영어 공부해야지 같은 다짐에서 나는 해이해진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할까?'라는 달콤한 유혹에 이기지 못한 채 넷플릭스를 본다. 이런 하루에서 늘어가는 건, 나에 대한 자책뿐. 책 속 미루기의 위인들은 그래도 미루기를 하며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는 거 같은데, 난 왜 이 모양일까. 처음 책을 읽었을 때 든 생각이었다. 책을 읽다가 내 머리를 탁 치던 문구가.. 나의 지난 인연들, 피프티 피플 - 정세랑 내게 지나간 인연은 몇 명쯤 될까? 수년을 알고 지냈던 사람이 있었고, 몇 시간 잠깐 얘기를 나눈 사이도 있었다. 몇몇 사람들과의 추억이 떠올랐다. 그들이 지금도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문득 내가 모르는 그 사람들의 현재 삶이 궁금해졌다. 어린 시절 난, 서예 학원에 다녔다. 그 시절 산만한 아이들의 집합소라고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서예 학원은 늘 시끌벅적했다. 서예 학원 선생님은 그 당시에도 머리가 희끗희끗했던 할아버지 선생님이셨다. "선생님! 선생님!" 하고 끊임없이 부르고 옆 친구와 장난치는 우리에게, 지금 생각하면 아마도 내면을 단련시키는 방법을 서예로 가르치려고 하셨던 것 같다. 엄했지만 다정하셨던 나의 할아버지 선생님. 선생님은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가 되면, 산타 할아버.. 이전 1 2 3 4 ··· 11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