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전쟁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요? 파괴, 잔인함, 폭력 등 무섭고 어두운 단면들이 생각납니다.
전쟁의 비극을 그려내며, 사람들에게 전쟁의 공포를 보여준 화가가 있습니다.
파블로 피카소, 그리고 그가 그린 "게르니카"입니다.
이 작품은 스페인 내전이 한창이던 1937년, 나치군이 스페인 게르니카 지역 일대를 비행기로 폭격하는 참상을 신문으로 접한 후 그렸습니다. 죽은 아이를 안고 절규하는 여인, 부러진 칼을 쥐고 쓰러진 병사, 상처 입고 울부짖는 동물들, 오열하는 여자들, 팔다리가 절단된 시신 등 전쟁터에서 볼 수 있는 참혹한 모습들이 어지럽게 뒤엉켜 그려진 "게르니카". 입체파 양식으로 그려진 흑백 톤의 거대한 이 작품은 기괴하면서도 전쟁의 비극을 생생히 전달하는 호소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희생자의 대다수가 여성과 어린아이였던 참상을 주제로 파시스트들에게 강력한 항의 메시지를 보여주고자 했던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이후 전쟁의 아픔과 고통의 보편적인 상징이 되었습니다.
"게르니카"를 통해 전쟁의 잔혹함을 보여주었던 피카소가 그린 또 다른 전쟁의 참상에 관한 작품이 있습니다.
1950년 발발한 한국 전쟁에서 벌어졌던 학살을 소재로 그린 "한국에서의 학살"입니다.
"한국에서의 학살"은 하나의 사건을 특정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총을 겨누고 있는 이가 미군인지, 북한군인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작품 속에는 힘없이 맨손으로 학살을 당해야 했던 벌거벗은 여인과 어린이들의 참혹함, 그리고 그와 대비되어 무기와 얼굴을 가린 채 그들을 제압하려는 야만의 모습을 한 병사가 캔버스 중앙을 중심으로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피카소는 전쟁의 잔혹함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1951년 완성돼 70년 만에 한국 땅을 밟게 된 이 작품과 함께 피카소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가 한가람미술관에 개최되어 오랜만에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이번 특별전은 피카소 컬렉션 가운데 으뜸으로 인정받는 프랑스 파리 국립 피카소 미술관의 주요 작품 110여 점을 국내에 처음 선보인 것이라고 합니다. 입체파 작가의 면모만 강조해온 국내 전시의 관행을 깨고, 청색 시대와 입체파 시기, 고전주의 회귀 시기, 초현실주의 시기, 도예 작업 시기 등 변화를 거듭했던 피카소의 전 생애 작품을 아울러 보여주는 역대 최대 규모의 회고전이었습니다.
전시는 입체주의 탄생부터 말년 작품까지 70년에 걸친 작품 흐름을 보여주면서 피카소의 삶과 예술을 조명합니다. 입체주의 창시자로 알려진 피카소의 회화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작업한 작품들을 보여주면서, 그의 끝없는 열정을 볼 수 있었죠.
그의 수많은 작품을 보면서 폭넓은 예술 세계에 감탄하였습니다. 하지만 회화, 조각, 판화, 도자기 등 수많은 작품들이 제게는 감동보다는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피카소의 작품에서 늘 따라오는 '이게 뭐야?'라는 물음표처럼 저 또한 그런 마음으로 작품들을 계속 봤습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난해하고 낯선 작품들이 제게는 어려웠기도 했죠.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을까?'를 계속 생각하게 했습니다.
입체파를 대표하는 천재 화가 피카소는 20세기 예술 전반에 혁명을 일으키며 미술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의 천재성보다, 그의 삶이라는 배경에 초점이 맞춰져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사랑했던 수많은 여인들, 그녀들을 사랑할 때와 사랑하지 않을 때 그렸던 작품들. 그의 천재성에 가려진 그녀들의 굴곡진 삶이 저에게는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늘 아이러니한 마음으로 천재들을 바라보게 됩니다. 예술이 먼저일까요? 인간성이 먼저일까요?
전시회 별점은?
★★★☆☆
'사유생활 > 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알폰스 무하 이모션> 리뷰 (1) | 2023.09.21 |
---|---|
국립중앙박물관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리뷰 (1) | 2023.09.12 |
국립중앙박물관 <어느 수집가의 초대> 리뷰 (0) | 2022.07.10 |
마이아트뮤지엄 <앙리 마티스 특별전: 재즈와 연극> 리뷰 (0) | 2021.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