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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생활/전시

국립중앙박물관 <어느 수집가의 초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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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와 관심 있던 故 이건희 회장의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보러 갔다. 현장 예매가 힘들다고 들어서 일찍 도착했다. 9시였는데도 대기줄에 50여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있어 놀라웠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리 많다니... 제일 빠른 시간대에 보기 시작한 전시는 약 3시간 정도 관람을 하고 나서야 끝이 났다. 한 마디로 대단했다. 한 사람의 수집 작품이라기에는 방대한 양의 작품들과, 한국 미술사를 축약해 놓은 듯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한곳에서 볼 수 있어 좋았다. 책에서만 보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던 한국 미술사의 집대성이었다.

 

 

 

 

 그리고 한국 작품은 아니지만, 내가 사랑했던 모네의 <수련>을 보다니. 그의 노년 작품이어서 색감이 내가 좋아하던 작품들보다 탁했지만, 그가 애정 했던 정원의 모습들이 느껴졌다. 모네와 수련, 그리고 수련과 모네. 아름다운 것을 찾아 헤맸으나, 가장 아름다웠던 것은 그의 집 정원에 있었다는 걸 깨닫고 수련을 집중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는 모네. 그의 작품처럼 우리도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헤맸으나, 그건 내 주변에 있었던 걸 내가 깨닫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움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그걸 바라보는 내 마음이, 내가 어떤 시선으로 사물을, 사람을, 공간을 바라보느냐로 아름다워지고 사랑스러워질 수 있다.

 

 

 

 

 두 번째로 좋았던 건, 이중섭 작품들을 본 것이었다. 대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떠난 첫 제주도 배낭여행에서, 올레길을 걷다가 우연히 이중섭 미술관을 들어갔었다. 미술관에 가기 전에 그 앞에서 만난 이야기꾼, 이름 모를 동네 아저씨가 30여 분간 이중섭의 일생을 알려주셨다. 그의 제주도의 삶, 가족과의 이별, 아내와의 편지 등 자세히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 들어가서 보았던 이중섭의 작품들은 찬란했고 가슴 아팠던 기억들이 있다.

 

 이번에 그의 작품들을 보니, 다시 한번 마음이 저려왔다. 그의 비참했던 삶과 대비되어, 그의 작품들이 사랑받는 것일까? 그런 연유라면 그의 삶이 더 불쌍하다. 친구는 이중섭 작품 중 <황소>를 그린 것이 좋다고 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보다,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힘껏 그린 황소가 더 이중섭 화가를 빛나게 한다 했다. 그의 작품이 사랑받는 건, 그의 삶과 대비된 아름다운 작품이라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마음이 작품에 녹아들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좋았던 부분은, 불안이라는 사람의 심리를 다룬 작품들의 세션을 마련해 준 것이었다. 인간과 불안이라는 끊임없이 생겨나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 담긴 작품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불안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는지 확인한 작품을 봐서 좋았다.

 

 ‘나로부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해주는 작품과 수집가의 말. 요즘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잘하고 있어!”라고 응원해주는 마지막 작품이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처럼, 나의 변화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게 나도, 타인도 느껴져서 너무 좋다.

 

 

 

 

 이 하루, 박물관을 좋아하는 친구와 좋은 관람을 하여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가 작품들을 사회에 환원한 것에 감사하다. 나도 예술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살아가고 싶다.

   

 

모든 변화는 ‘나로부터의 변화’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동심원의 파문이 처음에는 작지만

점점 커져 호수 전체로 확산돼 나가는 것처럼

모든 변화의 원점에는 ‘나부터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 이건희 에세이에서

 


전시회 별점은?

 

★★★★★

 

 

국립중앙박물관 어느 수집가의 초대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 현재 전시

국립중앙박물관,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 전시개요  o 전시명 :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o 기간 : 2022. 4. 28.

www.museu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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