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가, 에스텔라. "
- 크루엘라 中
어렸을 적 보았던 달마시안 강아지의 만화영화 속 크루엘라는 너무나 못된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비쩍 마른 몸매에 커다란 모피를 두르고 강아지들을 죽이기 위해 쫓아오는 모습은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죠. 만화영화를 보면서 부모님은 크루엘라 같은 악당은 벌 받아야 한다고 말했고, 우리에게 늘 "착하게 살라."라고 말씀하셨죠.
하지만 착하게 살면 손해 본다고 생각하게 된 어른이 된 현재의 우리들은 빌런에게 영웅보다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욕망에 충실하고 사회 문제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항하는 그들의 모습에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서 몇 년 전에는 디즈니 코리아에서 빌런 팝업스토어를 오픈하기도 했습니다. '말레피센트 2'의 주인공 말레피센트 캐릭터를 포함해 알라딘의 '자파', 라이온킹의 '스카', 인어공주의 '우르슬라', 백설공주의 '이블퀸' 등 디즈니의 악당들의 굿즈를 판매했죠. 주인공들에 밀려 사랑받지 못했던 빌런들을 좋아했던 팬들은 엄청난 열광을 했죠.
영화 "크루엘라"는 도디 스미스의 소설과 그 소설을 원작으로 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101마리 강아지"의 등장인물이자 빌런이었던 크루엘라 드 빌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입니다. 크루엘라 드 빌(Cruella De Vil) 이름의 유래는 잔인하다를 뜻하는 Cruel에 여성의 이름인 Ella를 합친 것과 악마를 뜻하는 Devil을 이용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디즈니의 영화 "크루엘라"는 재능은 있지만 밑바닥 인생을 살던 에스텔라가 남작 부인을 만나 충격적 사건을 겪게 되면서 런던 패션계를 발칵 뒤집을 파격 아이콘 크루엘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기존 "말레피센트" 시리즈, "미녀와 야수" 등 오리지널 클래식 작품과 놀라운 싱크로율을 선보이며 재현해오던 디즈니 라이브 액션들과는 달리 디즈니 영화 "크루엘라"는 기존 캐릭터에서 볼 수 없었던 차별화된 스토리와 시대에 반영한 캐릭터 해석으로 디즈니 역사에 새롭게 남을 파격적인 아이콘을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제작자 앤드류 건은 ˝화려하고 패셔너블하며 약간 미친 것 같은 강렬한 모습 뒤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파헤치고 싶었다. 어릴 땐 어땠는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코믹북의 캐릭터들처럼 오리진 스토리로 접근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디즈니 라이브 액션 사상 동화 속 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시대를 반영하면서도 독창적인 캐릭터를 부각시킬 수 있는 창의적인 구성을 위해 노력했다고 해요.
그 결과 패션의 중심이었던 1970년대 런던의 특이하고 멋진 트렌드와 에너지, 당시의 신랄한 음악 등을 배경으로 반항적이지만 대담하고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크루엘라의 모습을 만들어냈고, 진정한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깨어나는 변화의 과정까지 담아냈습니다.
영화 "크루엘라"는 줄거리도 좋았지만, 화려한 의상과 더불어 매력적인 음악이 줄거리, 캐릭터와 잘 어울려져 보는 내내 엄청난 쾌감을 느꼈습니다. 영화 전반에 깔리는 음악은 1970년대 주류 문화에 반기를 든 펑크 음악으로 표현되었습니다. 크루엘라의 반항적 이미지와 어우러져 그들과 함께 주류 문화에 반기를 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감정을 제공하죠.
영화의 마지막 즈음, 사회가 규정한 자신을 파괴하고 크루엘라로 살기로 결심한 그녀의 모습에서 광기와 슬픔이 복합적으로 표출되었습니다. 에스텔라로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말하는 크루엘라의 모습에서 자신의 욕망을 더 이상 숨기지 않겠다는 광기를, 키워준 엄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보았죠. 크루엘라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 건, 영화가 그만큼 잘 표현을 해주었기 때문이겠죠?
영화 "크루엘라"는 주인공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던 기존의 영화에서 새로운 해석으로 풀어낸 영화입니다.
"다크 나이트" 속 조커나 "말레피센트"의 말레피센트처럼, 저마다 사연의 이면을 보여주는 영화는 위험하지만 매력적입니다.
빌런에게 이끌리게 만드는 영화 "크루엘라", 매력적인 그녀를 한번 만나보시길 바라요.
내 영화 별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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