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생각]
무엇을 인간으로 정의하게 하는 것인가? 솔직히 살아가면서 이 질문을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영화 “애프터 양”과 소설 “작별인사”는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했다. 당연하다고 느꼈던,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를 인간이라고 칭하는 것을, 그것이 인간을 정의할 수 있는 하나의 조건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양이나, 철이라면 인간이 되고 싶었을까? 우리는 ‘왜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당연히 로봇보다는 인간이 우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시각으로 처음 바라봤기에, 양도 철이도 본인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존재라 슬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와 소설은 그런 나의 사고방식을 돌아보게 했다.
[나라는 존재]
생각하면 할수록, 내가 그동안 믿어온 관념과 새롭게 사유하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생명은 무엇이고, 마음과 영혼은 어디에서 오는지, 내가 생각하는 이것들은 뇌의 작용만으로 이뤄진 반응인가 등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질문들을 했다. 그 생각에서 ‘나’라는 존재가 귀하게 여겨진다. 내 생각과 감정들이 나중에 사라지더라도 현재는 내 것이고 내가 느끼는 것이니. 몸이라는 것도 소중하게 여겨진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몸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 많았다고 깨달았다. 선선히 부는 바람, 따사로운 햇볕, 심장이 터질듯한 움직임, 부드럽게 쓰다듬는 털의 촉감... 어디든 가고 보고 들을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이나, 무엇을 느낄 수 없는 존재라면, 나의 삶이 지속되어도 좋은 것인지 고민해 볼 문제다. 그래서 철이의 선택이 납득이 된다.
[현재의 소중함]
처음 영화 “애프터 양”과 소설 “작별인사”를 본 후 사람들이 물어봤을 때, ‘어떠했다.’라고 바로 말하지 못했다. 그 순간에 내 마음을 일렁이게 했던 무언가가 무엇인지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 마음속의 말이 정리되었다. 내가 인간임을 생각하기 전에, 그저 하루를 의미 있게 사는 것,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영화에서, 그리고 소설에서 말하는 건 이거였던 것 같다. 그냥 자신이 존재하는 현재에 집중하라는 것. 양도, 철이에게도 좌절의 순간이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현재의 소중함도 분명 있었다. 그저 존재했기 때문에 느꼈던 현실을 소중히 여겼던 양의 모습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 2022. 0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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