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01 (수)
오늘 하루도 잘 살아냈다. 내일도 잘 살아가 보자.
이렇게 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뒤를 돌아봤을 때 내가 저만치 가 있을 거 같은 기분이다.
06. 02 (목)
트레바리의 독서 모임을 처음으로 신청해서, 지난 4달간 한 달에 한 번씩 다녀왔다. 5월을 마지막으로 끝났고, 지금 모임 메이커님과 재신청한 인원들로 이루어진 모임으로 연장 가능하다고 했다. 처음에는 내게 독서 모임이 좋았는지 모르겠어서 연장하지 않으려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 달에 책 한 권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거에 대한 귀차니즘이 컸다. 하지만 막상 가보면 또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내 생각을 말하는 게 재밌기도 했다. 책을 좋아하는데 내가 읽는 분야만 읽고 싶지 않다는 것,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고 싶다는 것, 그리고 책과 영화를 함께 보고 와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이렇게 3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알쏭달쏭할 때는 한 번 더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신청했다. 모임비가 약간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만큼 내가 이 독서 모임을 많이 많이 활용해야겠다는 결심이 생긴다.
06. 05 (일)
기대하고 갔던 소백산은 비가 와서 풍경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너무너무 좋았다. 비를 맞고 싶었는데, 때마침 첫 번째 봉의 정상부터 비가 거세게 오기 시작했다. 나는 중간에 하산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계속 걸었다. 연화봉에 도착했을 때는 뿌듯했다. 그리고 비로봉에 도착했을 때는 내 안의 무언가에서 벗어난 느낌이었다. 몰아치는 비바람에서 정신없이 걷다 보니, 춥고 힘들었지만 왠지 모를 해방감이 느껴졌다. 평소에는 비를 맞지도 않고 실내에서만 있는데, 자연의 한가운데서 내 몸뚱아리 하나에만 의지에서 있는 느낌이, 뭔지 모를 어떤 것에서 벗어난 시원함을 느꼈달까?!
비로 인해서 시원하게 씻겨 나가고, 내가 아무것도 아닌 느낌을 받았다. 어떤 속박에도, 주변의 시선도 중요한 게 아니고, 그저 내가 존재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 철학적일 수도 있겠지만, 어제 내가 느꼈던 감정은 너무나 시원했다. 이런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 비를 맞고 싶었나 보다. 내 안의 무언가가 씻겨져 내려갔으면 한 느낌. 그리고 내가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와 같은 성취감과 더불어, 그저 자연에서는 내가 아무것도 아니구나, 그러니 내 고민도 그렇게 대단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중한 감정을 간직해야지, 이 오늘을.
06. 06 (월)
느슨해진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
소설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를 다 읽었다. 계속 읽다 보니 이 책을 선물해준 이유를 조금은 알 거 같았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긴 조언보다는, 이런 삶도 있었다는, 나도, 너도 모두가 생각하는 불안한 삶에, 타인의 경험으로 응원받은 느낌이었다.
아마리의 삶의 태도에서 내가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던 것이 몇 가지 있었다. 하나는 남에게 나의 삶을 의존한 것.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그리고 취업까지 나는 누군가가 하라는 대로 하면 거기에 맞춰서 산 거 같다. 어쩌면 작년에 백수로 지내며 긴 시간 방황했던 것이 나의 삶에서 큰 전환점이 된 것 같다. 그 뒤로 나의 삶이 눈에 띄게 바뀐 것은 없지만, 하나 바뀐 게 있다.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내려놓은 것. 그 대신 인간관계가 엄청 좁아지긴 했지만,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커졌다. 내 시간의 주인이 나라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두 번째는 안정에 날 가둬 불안과 미래를 모른 척하고 있지 않나 싶은 것. 요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회사는 이리저리 불안하고, 나는 더 높이 가고 싶다는 생각만 있을 뿐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듯하다. 나도 내 삶에 목표를 정해 보면 어떨까? 어차피 죽을 거 고민하는 이 시간에 아마리처럼, 불나방같이 한정된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싶다. 그 시간이, 목표가 있다면 내 삶의 방향이 보이지 않을까?
절박함, 인생의 막판에 이르면 정말 생각지도 못한 힘이 솟는다. 세성에 만만한 일은 없다.
길 위에 올라선 자는 계속 걸어야 한다.
평생의 꿈을 가로막는 건 시련이 아니라 안정인 것 같아.
현재의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그저 그런 삶으로 끝나겠지.
06. 07 (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다큐멘터리 같았다. 어떤 이의 삶을 엿본 느낌이었다. 퇴근 후 강남역 어느 술집 문을 열면, 그 옆자리에 앉아있을 거 같은, 아니면 매일 내가 타고 다니는 9호선에 같이 타고 있을 누군가의 삶이었다. 염미정이 구씨에게 말했던 추앙은, 살면서 누군가에게 주고받고 싶은 무조건적인 사랑과 신뢰, 그리고 지지가 아니었나 싶다. 나도 내가 싫을 때, 나를 응원해주는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삶을 살아가는데 유일하고도 가장 큰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내 삶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괜찮고, 나도 그렇게 쓰레기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존재가, 모두의 인생에서 필요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또, 내가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아, 나보다 낮다.’라는 점수를 매긴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현아의 말을 들으면서 곱씹어 보았다. 나는 몇 점 짜리인데 상대방이 낮다고 판단해 얏본 건 아니었을까. 사람을 급으로 나누어 그들의 마음까지 평가절하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 그렇게 급을 나누어서 사람을 보다 보니, 나도 그들의 시선에 맞춰 나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점수 따위가 아니라, 그냥 인간 자체로 서로를 추앙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상대방의 어떤 모습에 실망이나 질타 없이, 그저 잘 되기만을, 일어서기만을 응원하는 존재라니. 그 모습이 좋았던 것 같다.
나도 누군가를, 누군가도 나를 추앙하길 바라본다.
내 삶에서 나보다 더 나를 믿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만들 것 같다.
염미정이 말한 것처럼, 내가 가득 차서 넘쳐흐를 만큼.
06. 08 (수)
1. 단단하고 맨들맨들, 파도에 깎였지만 그래서 더 이쁜 조약돌을 모아놓은 공간 같아요.
- 굿수진님
2. 저번 달에 산 화분에 새로운 식물을 심었다. 식물 종은 ‘스노우 사파이어’라는 이름의 이쁜 공기정화식물이다. 이번에도 난이도가 "매우 쉬워요!"라는 문구를 찾아서 나의 식물 친구를 골랐다. 식물을 화분에 담는 그 짧은 시간이, 흙을 만지는 그 기분이 너무 좋다. 손톱에 흙이 꼈지만 더러운 느낌보다 소중한 걸 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다 심고 이름을 지어줬는데, 6월에 우리집에 와서 ‘유월이’라고 정했다.
유월아, 오래오래 같이 지내자!
06. 09 (목)
이른 생일선물을 받았다. 누군가의 취향으로 가득한 선물 꾸러미들이 내 마음을 간지럽혔다. 본인이 좋아하는 취향을 나에게 공유해주는 의미가 고마웠다. 그리고 역시 제일 좋은 건 손편지. ‘애정하는’으로 시작하는 편지에서, 나를 생각하는 마음을 조금 알게 되었다.
누군가가 나를 애정하는 건, 언제나 좋다.
나도 누군가를, 아니 모두를 애정으로 바라보기를.
06. 10 (금)
1. 나의 1년 후를 위한 결심.
지금 생각나는 건,
1) 이번 겨울에 태백산에서 일출 보기
2) 내년 여름에 지리산 종주하기 (2박 3일)
3) 포르투갈 가기
2. 나는 약간 결벽증이 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결벽증이 있어서 깔끔하게 지내야 한다는 말과 행동이 몸에 습관이 되어 살았다. 어느 정도의 강박과 결벽증이 제 몸에 장착된 듯하다. 성인이 되어 혼자 살거나, 언니 동생 때 살 때도 어머니 기준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깔끔 떨며 살았다. 그래서 집에 친구를 초대하는 걸 안 좋아했다. 내 공간에 누군가가 오는 게 불편해서. 지금도 살면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친구들이 나의 집에 잠시, 아니면 하룻밤 머물다 갔다.
근데 이 불편한 마음을 조금은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깔끔하게 사는 걸 버리겠다는 게 아니라, 강박처럼 느끼지는 말아야겠다는 느낌?! 고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 2명과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딴 데 가지 말고 서울의 우리집에 머물면서 같이 놀기로 했다. 우리집에 초대한 것이다. 나도 그렇지만, 나의 깔끔 떠는 걸 친구들도 불편할 것이다. 친구들을 귀한 손님이라 생각하고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집에서 재밌게 지내도록 해야겠다!
06. 12 (일)
행복했던 생일 주간이었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을 만나고, 그 친구들과 끊임없이 먹고 돌아다니고 쉬었다.
조금 멋쩍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06. 13 (월)
30분 정도를 읽으면서 독서를 했는데, 평소에 알고 있는 단어를 입으로 내뱉으니 생경한 느낌이 들었던 것, 작가님이 이런 식으로 단어를 사용하며 표현했구나에 더 집중한 것, 그리고 아 잘 쓰인 글들은 잘 읽게 문장들이 나뉘어 있구나 등등을 느꼈다.
읽으면서 많이 버벅거리긴 했지만, 배에 힘을 꽉 주고 글을 읽으니 내 온몸이 집중하며 글을 읽은 것 같아 좋았던 시간이었다.
06. 15 (수)
1. 도잠의 LP 램이 2주를 기다린 끝에 우리 집에 왔다. 꼼꼼하게 싸인, 누군가의 정성으로 보낸 가구를 보니, 내 마음이 따스해졌다. 점점 내 공간이, 내 취향으로 다듬어져 간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채우고, 그 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하나씩, 하나씩 손 때 묻은 나만의 것들을 만들어 나가야지.
행복한 삶에 필요한 건 큰 집과 많은 물건이 아닌
마음의 평화가 깃든 집과 늘 손이 가는 정든 물건들이겠지요.
- 도잠
2. 고민하지 말고, 그냥 해!
06. 16 (목)
1. 오늘 나는 어제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었는가. 문득 생각나서 회사에서 얼른 적은 문장이다. 3월, 4월, 5월 그리고 6월 동안 “하루 한 가지 도전”이라는 리추얼을 하고 있다. 내 일상이 스펙터클 하게 변화하지는 않았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하루하루가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 다음 날 아침에 전날의 일기처럼 도전 글을 적을 때 전날의 나를 돌아본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지?’라는 생각의 끝에서, 그래도 나쁜 일보다는 재밌고, 기쁘고, 행복한 일을 더 많이 떠올리게 된다.
이런 하루가 켭켭이 쌓이면, 그때의 날들이, 내가 만들어지는 거겠지.
내가 견고하게, 그리고 나만의 반짝거림을 담아서 만들어지고 싶다.
1) 등산 시작해서 주말에 가려고 노력 중
2) 나만의 공간을 꾸며 취향 만들기
3) 식집사 입문
4) 독서 모임 계속해보기
5) 달일기를 꼬박꼬박 블로그에 업로드
6) 매일 기분 좋은 일 달력에 쓰기
7) 매일 내 얼굴 찍기
2. 나는 맛있는 거 먹는 걸 좋아하고, 그만큼 새로운 음식을 먹으러 가는 것도 도전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비건 식당이라고 하면 왠지 망설여졌다. 왜냐면 어렸을 때 멋모르고 들어간 식당에서 콩고기를 먹고 식감과 맛이 너무 이상해서, 그때부터 멀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기랑 생선이 너무 맛있는데, 왜 채소 위주 식사를 해야 하지?’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니깐 담백한 음식을 찾기 시작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요리나 위장에 부담 없는 요리에 눈길이 갔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참에 회사 근처에 풀무원에서 만든 비건 레스토랑이 생겼다. ‘저긴 가봐야지!’라고 생각하던 차에 오늘 방문했다. 콩고기보다는 두부로 만든 요리가 많았고 여러 가지 음식을 시켜 먹었는데, 진짜 근데 너무너무 맛있었다. 채소만 먹은 게 아니라 두부가 같이 있으니, 먹고 나서도 든든한 식사를 한 느낌이었다.
오늘 이 점심으로 “이전의 내 경험이 100% 전부 현재의 나의 생각과 맞는 건 아니다. 예전의 나랑 지금의 나랑 달라져서일 수도 있고, 그때의 경험이 나와 맞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에 다음에도 괜찮으니 한 번 더 도전해보자!”라는 걸 깨달았다.
06. 18 (토)
방금 평생 간직하고 싶은 순간을 보았다. 서로의 박자에 맞춰 왔다 갔다 하는, 그네를 타고 있던 할아버지와 어린 손녀.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그 순간을 담고 싶었다. 찰나의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가 꺼내보고 싶다. 사진을 담지 못했으나, 내 마음에 담았으면 됐지.
서로가 사랑으로 움직였던 그 순간.
06. 20 (월)
1. 연극 “클럽 베를린”은 여행을 다녀와서 느낀 여행자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줄거리가 없었다. 본인들의 느낀 점을 말하다 보니, 누군가의 생각과 또 다른 누군가의 생각이 겹쳤다. 그래도 난 이 연극을 보면서 좋았다. 그들이 하는 말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는지 알 것 같다.
베를린에서의 여행, 아무 계획이 없지만 그 여유로움.
퀴어 축제, 받아들이는 포용력과 자유로움, 예술.
공연을 보겠다는 무모함, 성공.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의 비극.
우리가 여행하는 법은 단순해요.
이 길 어때? 갈까? 가지 뭐, 그래 그럼.
이 길이 아닌가 봐, 그래, 그럼 딴 데로 가지 뭐. 뭐든 예스예요.
2. 돈을 많이 썼지만, 즐거웠던 전통주 모임. 내가 살면서 이렇게 많은 전통주를 한 번에 맛보고 즐겨본 적이 있었던가. 갖가지의 술을 마시면서,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었다. 다음번에는 이렇게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전통주를 즐기는 자리를 갖고 싶다. 내가 많은 경험을 가질수록, 나의 취향을 알아가는 기분이다.
3. 이번에도 좋았던 우가우가 부족. 나는 나에게 믿음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 모두들 저마다의 반짝거림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 너무 아름다워 보인다. 나도 나만의 찬란함을 가진 사람이 되길, 부족원들에게 오늘도 많이 배운다.
4. 나의 진짜 유능한 변호사가 되어줘야겠다.
가장 유능한 변호사가 되어서 나를 변호해 줍시다.
- 굿수진님
1) 스스로에게 선방 날리기
2) 쪽팔린 짓한 ‘나’와 다른 사람 하기
3) 꾸역꾸역 하기
4) 죽음을 떠올리기
5) 쪽팔림에 대해 떠들기
쪽팔림을 매력으로 만드는 법 - 이건 내 생각이고 (25)
06. 21 (화)
1. 영화는 감각을 바꾸고 감각은 지각을 바꾸며 지각은 사유를 바꾸고
사유는 행동을 더 나아가 삶을 바꾼다.
2. "오늘 나는 어제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었는가?"에 대한 답.
06. 22 (수)
영화 “토이 스토리”를 보던 어릴 때가 생각나 퇴근 후 보러 갔던 “버즈 라이트이어”.
가벼운 마음으로 보았던 내 마음이 머쓱하게 여운이 깊은 짚은 영화였다.
먼 미래, 지구를 떠나 사람이 살 수 있는 행성을 찾아 떠난 인간들의 이야기다. 결말까지 예측할 수 없었던 일련의 사건들은, 그동안 픽사가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다시 한번 던져주었다. “이미 벌어진 일에 후회로 삶을 낭비하지 마라. 그러기엔 내 주변에 소중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지금을, 현재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자.” 버즈의 모습은 우리 같기도, 저마다의 우리 모습이었다. 한 가지에 꽂혀 성공만을 위해 사는 삼. 그리고 그게 당연히 멋있고, 영웅의 삶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엘리샤는 시련 가운데 삶을 살아갔다. 그녀의 삶은 아름다웠다. 현실에 순응했다고 여겨지더라도, 그녀는 시련 속에서 행복을 찾았다. 한 가지에만 함몰되어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았을까? 나의 삶의 방식을 곰곰이 생각해보게 했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적었던,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의 파편들.
: 예기치 못한 사건들로 발생한 현실이어도 내 삶은 의미가 있다.
: 나는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존재이다. 그러므로 나의 현재는 중요하다. 그리고 바뀔 수 있다. 더 좋은 사람으로.
: 내가 세운 기준을 달성하고 성공하는데 몰두해서 주변을 소홀히 하지 말자. 돌아보면 소중한 사람, 시간, 순간들이 너무 많다.
: 영화는 미션을 성공하는 것을 결말로 잡지 않았다. 성공의 여부는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버즈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현실을 어떻게 대처했고 살아가는지에 대해 보여준다. 누구는 그곳에 함몰되어 있지만, 누군가는 그곳에서도 행복을 찾는다. 하루하루에서 행복을 찾는 것.
: 왜 버즈(저그)는 삭스를 고쳐주지 않았던 걸까. 미래의 엄청난 기술력이라면 간단히 고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 이 영화의 한 줄 평.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세젤귀 삭스.
픽사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
: 그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을 이루는데 그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필수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이들은 이런 영화를 보면서 인생은 항상 꿈꾼 대로만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난 그게 참 좋다.
- gammsung.zip
06. 26 (일)
6월까지 기한을 잡았던 4월 도전의 마지막 "수락산 등산하기"를 성공했다. 4월 초에 저렇게 3개 산을 다녀오겠다고 적었는데, 청계산, 불암산, 도봉산, 소백산 등 8번이나 등산했다니?! 거기다가 산악회도 가입해서 활동하는데, 새 친구들을 사귀고 있어 즐겁다.
시작하는 걸 두려워하고 걱정 많았던 내가, 이제는 뭐든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06. 27 (월)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는 참 정겨웠고, 따스했다. 별 거 아닌 거 같은 장면에서 누군가가 떠올랐고, 어떤 추억이 스쳐갔고, 눈물을 흘렀다. 푸릉리 주민들의 이야기였을, 인간극장을 본 기분이다. 영옥의 이야기에 장애인을 차별하는 마음을 가졌던 나를 돌아보게 했고, 선아의 이야기에 우울증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내가 어떤 위로를 해줬어야 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을 따스하게 보는 작가의 시선이, 나까지 그렇게 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드라마. 버스에서 앉을자리를 찾는 어르신, 도움을 청하는 어린이, 내가 평소에 만나는 카페 아르바이트생 등 하루하루 만날 수도 있는 그 사람들의 현실을 상상해 보았다. 내 주변 사람이라면 사정을 듣고 이해했을 일들을 상상한다. 그들의 행동에 합리화, 안 좋은 일이 있었다는 걸 바라는 게 아니라, 내가 좀 더 마음을 넓게 가지길 바라서다. 그래서 내가 그냥 세상을 예민하게 바라보지 않기를.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건, 단연 <옥동과 정석>이다. 평생의 울금이 단 몇 마디 말과 눈빛으로도 풀어질 수 있었던 것이란 걸 김혜자 배우님과 이병헌 배우님이 덤덤하게 보여주셨다. ‘왜? 도대체 그랬는지?’라고 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보다, 그 사람의 진심이 ‘이거였겠구나.’ 정도 알아차리고 서로 손을 잡는 것도, 어느 사이에서는 필요하다는 걸 알 거 같다. 엄마를 용서하지 못했던 동석이, 엄마의 울부짖음과 넋두리 같은 말들에서, 미안하다는 말이 아니어도 괜찮았고 진심을 마음으로만 알아차려도 또 괜찮았을 것이다.
이 에피소드를 볼 때 문득 돌아가신 할머니가 떠올랐다. 내가 그리 사랑하지 않았고, 별로 찾아뵙지도 않았고, 할머니 댁에 가서도 그저 데면데면했던 기억들. 근데 할머니도 참 외로웠을 것 같다는 후회가 들었다. 그녀의 고단한 인생을 들어주기엔 내가 너무 어렸고, 그녀의 생각과 가치관을 듣고만 있기엔 우리가 너무 멀었다. 지금이라면 조금 내 마음이 커졌을까?
그래서 부모님의 인생이 궁금해졌다. 아버지, 어머니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사랑하고, 또 미워하는 그들을 더 이해하고 싶어서 말이다. 따뜻했던 드라마가 내 마음에 돌을 던졌다. 미워하고 살기에는 내 인생이 너무 짧다.
06. 28 (화)
1. What would you do if you weren’t afraid?
- 메리님
2. 극한의 정신력으로 육체를 지배하는 법 알려드립니다.
- 푸님
3. 산악회의 저녁 식사 벙을 참석했다. 수락산을 다녀와서 더위를 먹은 것 같아서다. 그래서 7월에는 산에 가는 걸 포기해야 하나 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했다. 산악회의 등산 참석에 누른 일정에 불참을 누르러 가는 중에 다른 일정을 하나씩 보다가, 이 저녁식사 일정을 봤다. 원래 산악회에서 등산만 가자라고 생각했지만, 한 문장에 끌려서 참석했다. ‘그래! 난 지금 정신 훈련이 필요해!’라고 생각하고 등산 선배들의 말을 듣기 위해 나갔다. 한번 같이 등산한 분, 처음 뵌 분 등 계신 자리라서 어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다들 좋은 사람들이라서 재밌게 이야기하고 밥 먹고 즐거운 저녁 식사 자리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느낀 건, 내게 가장 필요했던 게 “그래도 할 수 있다!”라는 응원이었다는 것이다. 참석자 중에 내가 불참을 누르려고 했던 등산 모임의 벙주도 있었다. 그분이 천천히 같이 가면 된다는 말에, ‘그래! 해보자!’라는 다짐을 다시 해봤다. 예전에는 포기하자라는 생각이 들면, 그냥 포기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응원을 받는 법을 배운 거 같다. 내 마음이 안 먹어지면, 남들의 응원을 마구마구 받기! 이 여름 무덥지만,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산을 타야겠다.
가르쳐 준 허벅지 운동법을 매일매일 하면서, 체력을 단련하며 강해지길!
06. 29 (수)
1. What could make you happier?
- 메리님
2. 요즘 팀장님, 과장님 아이의 에피소드를 종종 듣는다.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하루는 너무나 반짝인다. 자신의 애착 인형에게 눈을 보여주겠다고 번쩍 들어서 화면을 보여주는 아이의 사진을 보면, 내 마음까지 사랑스러워진다. 엄마는 코엑스에서 일하니, 상어랑 친구 하는 게 아니냐고, 발밑에 상어랑 고래랑 있어서 좋겠다고 한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 내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아이들은 천사다. 나도 아이의 눈으로, 마음으로 좀 더 세상을 보고 싶다.
3. 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그 경험들 중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생각으로 바꿔 저장한다. 영감을 좇아 여행을 떠난 적은 없지만, 길 위의 날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또다시 어딘가로 떠나라고, 다시 현재를, 오직 현재를 살아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 김영하, 여행의 이유
06. 30 (목)
나는 갑작스러운 약속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늘 번개가 생겼는데, 처음에 갈까 말까 하다가 찐스타님의 도전을 보고 나도 가게 되었다. 몇 번 안 만나거나 처음 뵌 분들과 함께 한 술자리지만, 그리고 갑작스러운 카톡방에서 추진된 번개였지만, 너무나 재밌고 즐거운 저녁 술자리였다. 갑작스러운 것도 재밌다는 걸 느끼기 해준 날.
- 2022년 6월의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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