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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기장💜
나의 달일기. 2022년 7월 본문
07. 01 (금)
등산 선배 조언을 들으러 갔던 자리에서 허벅지 단련 유튜브를 공유받았는데, 매일매일 2주 간 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러고 한 번도 안 하다가, 혼자 온갖 핑계되면서 안 하는 내게 ‘핑계 그만 대고 한번 해봐!’라고 하며 유튜브를 켰다. 10초 간 10번 3세트의 아주 짧은 운동이었지만, 엄청 힘들었다. 혼자 중간에 올라가고 안 한 부분도 있긴 했지만, 그래도 온전히 허벅지와 무릎 등 근육을 쓰는 부분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예전에는 운동할 때 좀만 힘들면 못해, 내가 왜 하려고 했을까, 쉬자…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운동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같이 등산을 하니깐 자극을 많이 받고 있다. 힘들지만 그럼에도 그냥 별생각 없이 걷는다고 말하는 분들이나, 으쌰 으쌰 같이 화이팅하자고 하는 분들, 그리고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성취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심어주는 분들이 있어 등산이 재밌나 보다. 등산으로 인해 내 몸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는 요즘, 나태해지지 말고 강해지려고 좀 더 노력하자.
07. 02 (토)
달이 내 품에 들어왔다.
- 화가 김환기
07. 04 (월)
1. 어제는 꿈같은 시간이었다. 일요일에 걸어가는 멤버들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몇 달 전 "스물 다섯, 스물 하나"의 드라마 한 장면이 생각났다. 내가 그때 '지금이 내게 청춘의 한 페이지를 채우는 순간일지도 모른다.'라고 일기에 썼었다. 그리고 바다에 앉아있던, 걸어가던 뒷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지금 그 순간을 저들과 보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순간을 하게끔 한건 행동했던 내 자신이었다. 내 마음은 내 것이니, 내가 설레고 열정적이게 내가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걸 이렇게 또 깨달았다. 작열하는 태양, 맑고 높은 하늘, 푸른 배경에 그들이 너무나도 반짝였다. 그리고 그 바다에서 모래 위에 앉아있는 그들을 보며, ‘이쁘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해야지. 내 마음속에 새겨놔야지.
이번 등산 모임은 정말 멤버가 좋았다. 다들 개성이 뚜렷하지만 그 개성을 존중해준다. 이야기를 하며 시답잖은 얘기에도 웃어준다. 어떤 행동에도 기분 좋게 반응한다. 오랜만에 즐거운 여행을 다녀왔다.
오대산은 너무 좋았다. 길도 이뻤고, 시원하게 부는 바람도 좋았고, 탁 트인 풍경도 너무 멋있었다. 산들이 장관을 이루는 절경 속에서 마음이 탁 트인 기분이었다. 새파랗게 푸른 하늘이 날 기분 좋게 했다. 더 이상 여름이 싫지 않을 만큼, 여름이 사랑스러워질 만큼. 그 푸른 하늘이 너무나 좋았다. 새파랗게 푸른 하늘과 온 세상이 초록초록했던 정상에서 다시 한번 해방감을 느꼈다. 내가 산을 다니는 이유 같았다. 속이 뻥 뚫리는 상쾌함.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 그냥 내가 자랑스럽게 느껴지고, 내가 사랑스러워지는 그 시간이었다. 산은 내게 나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산을 사랑하게 되었다.
밥을 먹고 놀러 간 마운틴 코스터는 조금 무서웠지만 재밌었다. 두려움이 많은 나는 브레이크로 계속해서 멈칫했지만, 다시 탄다면 좀 더 재밌게 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계속해서 망설이는 내게 '이제 그만 망설여도 괜찮다. 어차피 떨어지지 않는다. 그건 떨어질까 봐 무서워하는 내가 있어서야.'라고 속으로 계속 말해주었다. 용기를 좀만 더 내어보자. 오랜만에 아이처럼 신나게 소리 질렀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강문 해변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저물어가는 태양빛이 하늘을 오묘한 빛깔로 만들었다. 그 안에 있는 내가 황홀해졌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우리가 찬란해 보였다. 파도가 잔잔히 부서지는 바다와 선선하게 부는 바람, 그리고 오색찬란한 하늘빛은, 그 공간에 있던 날을 영원히 기억하게 하고 싶게 했다. 저물어가는 해로 아름다워지는 하늘을 보니, ‘오늘 여행 즐거웠다.’라는 생각이 마구마구 쏟아졌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이 아니지만, 서로 배려하고 즐겁게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것에 하루가 감사함으로 충만했다.
나의 청춘은 내가 만들었던 사소한 결심들이 모여, 찬란했던 순간을 맞이하는 듯하다. 내가 살아있음에, 그리고 이런 날들을 보냄에 감사함과 행복을 느낀 하루다. 이 하루의 느낀 점을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다.
아,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한 여행을 친구들과 다녀왔구나.
2. 등산을 하니 장비 욕심이 난다.
등산에 어울리는 옷차림도 옷차림이지만, 기능성 옷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여름 산행을 하다 보니, 전날까지 예측할 수 없는 날씨가 한몫하고 있다.
뜨겁고, 습하고, 비 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재밌다.
자연이 너무 아름다워서 내가 겸허해진다.
빨리 여름 등산복을 입고, 더 많이 등산하고 싶다.
07. 05 (화)
나는 글은 인쇄된 것으로 읽는 걸 좋아한다. 그게 더 집중이 된다고 생각해서. eBook은 책 읽는 느낌은 나지 않았던 것 같다. yes24 eBook을 무료 2개월 보는 게 있었는데, 휴대폰으로 전혀 볼 생각을 안 했었다. 그러다가 깜박한 사이에 자동연장이 되어 1개월 구독료를 내게 되었다.
그래서 한 권은 읽자라는 마음에 출근길에 평소 보고 싶었던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보았다. 염려와는 달리 출근길에 폰으로 읽으니 너무 집중이 잘 되고, 일단 이 소설이 너무너무 좋았다. 뭉클하면서도 아련한 기분이 몽글몽글 샘솟았다.
별로라고 생각했던 건 많이 해보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나의 출근길은 김초엽 작가님으로 인해 지구별을 떠나 유랑했던 한 사람이 되어 보았다.
07. 06 (수)
1. A beautiful day begins with a beautiful mindset.
- 메리님
2. 내 인생의 중심이 타인이 아니라 ‘나’가 되고 있다.
07. 07 (목)
애정(愛情)하는.
사랑보다는 담백하고
좋아한다는 말보다는 깊이 있는.
07. 08 (금)
언니 동생과 점심 회동이 있어 만났다가, 함께 일러스트레이션 페어를 갔다. 수많은 작가님들이 본인들의 작품을 홍보하고, 굿즈를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도 각자 마음에 드는 굿즈를 구매하고, 작가님들을 응원하면서 구경했다.
돌아보다가 페트병 뚜껑으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를 발견했는데, 전부터 관심 있던 환경 분야라서 구경하다가 병뚜껑 20여 개 정도로 만들었다는 접시를 구매했다. 이 접시를 즉석에서 구멍을 뚫어줘서 화분으로 사용하게끔 해주었는데, 너무 좋았다. 개성 있는 나만의 화분을 보물찾기 한 느낌이랄까?!
로즈메리 씨앗을 심었는데, 새싹이 나고 무럭무럭 자랐으면 좋겠다.
새싹이 날 때까지는 이름을 고민해 봐야지.
07. 10 (일)
원래 오늘 포항 내연산을 가기로 한 날이었는데, 강수 확률이 높아서 모임이 취소가 되었다. 내가 포기하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몰랐는데, 취소가 되니깐 엄청 엄청 아쉬웠다. 이제 진짜 산을 내가 좋아하나 보다.
그래서 이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다가, 거의 한 달 만에 집에 있는 날이니 좀 쉬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느지막이 일어나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일 2가지를 하였다. 내가 다이어리에 쓴 글을 블로그에 업로드한 작업이었는데, 6월 달일기와 전시회를 다녀온 감상평을 블로그에 올렸다.
요즘은 도전 글도 내게는 일기여서, 다이어리와 밴드 글을 엮어서 달일기를 적고 있다. 이렇게 적으니, 6월 한 달 어떻게 살았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서 좋다.
07. 12 (화)
오대산을 같이 갔던 멤버들과 계속 즐겁게 지내는데, 오늘 카톡을 하다가 갑자기 "야등 가자!”라는 얘기가 나와 시간이 되는 멤버 4명이 모여 퇴근 후 등산을 했다. 그동안 야경은 많이 봤지만 1시간 넘게 산을 타고 올라가서 본 도시의 야경은 너무나 반짝이고 아름다웠다.
갑작스러운 야등. 도전 부족 때문인지, 산악회 때문인지 요즘의 내 세상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넓어지면서 반짝거린다. 퇴근 후 올랐던 계양산은 힘들었지만, 너무 좋았다. 어쩌면 나를 잘 모르는 타인이라서, 나의 현재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듯하다. 나의 오래된 친구들은 나의 모습이 그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모습도 ‘나’이고, 지금 보여지는 모습도 ‘나’이다. 누군가가 아직 나를 틀로 정해놓지 않은 것이 좋다.
한여름 밤의 꿈같은 시간들이 종종 있었으면 한다. 내 일상이 지금까지와는 달랐으면 좋겠다. 좀 더 많은 것들을 눈에 담고, 가슴에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 내 삶을 돌아봤을 때 꺼내볼 수 있는 재미난 일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본다.
내가 평일 퇴근 후 이런 일탈 같은 도전을 하는 것이, 내 삶을, 나를 좀 더 좋아하게 되고, 내 세계를 점점 확장시키는 거 같은 기분을 느낀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사람들과 웃고 떠들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요즘을, 나는 이 해를 꼭 기억할 거 같다.
07. 13 (수)
오늘 종로 3가에 맛있는 순대곱창전골 집이 있다 해서, 퇴근 후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식당 앞에 늘어선 줄에 놀랐지만 생각보다 빨리 대기가 빠져 20분 정도 기다리다 들어갔는데, 안 먹었으면 정말 후회할 맛이었다. 국물과 순대가 정말 맛있었다!
비 오는 날 종로 3가의 골목길에 있는 비좁은 식당에서 먹었던 전골은, 대학생 때가 생각났다. 대학가의 저렴한 식당에서, 계속 계속 육수를 넣고 끓인 국물을 안주 삼으며 몇 시간 동안 서로의 고민, 가벼운 농담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그때의 추억들.
가난했던 대학생 시절에는 그때의 추억들이 쌓였고, 그때보다는 금전적 여유가 있는 요즘에는 지금의 추억을 또 쌓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추억을 계속해서 쌓아야지.
07. 15 (금)
2시간 정도의 영화를 볼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다가 금요일 밤의 마무리로 영화 “코다”를 보았다.
다정하고 이기적이며 아름다운 가족의 이야기.
손으로 이야기하는 그들에게 루비라는 존재는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였다. 사랑하지만 살기 위해 자신들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가족들이 이해가 되고, 자신을 꿈을 찾아 떠나고 싶은 루비의 마음은 더 이해가 됐다.
그런 마음들을 연기한 배우들을 보면서, 그리고 감독의 연출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
뭔가 굉장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 마음을 톡 건드는 무언가가 있는 영화.
07. 16 (토)
산악회 일정에 “초복에 도가니 먹고 도가니 회복”이 있었다. 웃픈 모임명 센스가 재밌어서 신청했다. 청계산은 끝없는 계단길이라서 무릎이 별로 안 좋은 내게는 그리 좋은 산행 코스는 아니다. 하지만 지난 3월 혼자 갔을 때보다, 그리고 4월과 5월에 갔을 때보다 훨씬 잘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 느렸지만, 나의 기준으로는 점점 산을 잘 올라가고 있구나 생각했다. 산을 빠르게 오르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면서, 나의 속도에 맞춰서 자연을 느껴보자라고 마음먹었다.
3시간 등산을 하고 오늘의 모임 이유였던 도가니 수육을 먹으러 갔는데, 도가니 수육을 내 돈으로 사 먹는 건 처음이라 신났다. 그리고 진짜 맛있었다. 다들 너무 맛있다고 하고, 나 또한 밥 한 공기를 다 먹을 정도로 든든하고 맛있는 보양식이었다. 이 여름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는 시기라는 초복에, 무더위를 겁내지 않고 활동적으로 보내자는 다짐을 했다. 등산 후 든든하게 내 몸을 챙겨주는 보양식을 먹은 오늘은 너무나 즐거웠고 상쾌한 하루였다.
07. 18 (월)
1. 리추얼을 하면서 3월에 봉은사를 처음 갔던 이후로, 퇴근길에 종종 봉은사를 다녔다. 그냥 불경 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앉아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차분해지기 때문에.
여름이 시작되고 덥다는 핑계로 가지 않았는데, 이직이 정해진 이후 지금 회사 주변인 스타필드와 봉은사를 이렇게 쉽게 오지 않을 거 같아서 퇴근 후 봉은사를 방문했다. 봉은사에 가니 연꽃 축제라 연꽃 화분들이 쭉 늘어져 있었다. 역시 계속 알던 곳이라도 오랜만에 가면 새로운 것이 생기고, 덕분에 또 다른 느낌이 드는 게 색달라서 좋았다.
해가 지는 풍경을 배경 삼아 아직은 봉우리가 더 많은 어여쁜 연꽃들을 보고 있자니, 오늘치의 아름다운 순간을 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은 거창한 것도 아니고,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그날 하루에서 발견한 작은 순간을 내가 소중히 여기면 되는 거였다. 내가 어떻게 여기는지에 따라 행복의 감정도, 그 크기도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다.
2. 집주인 부부께서 여름맞이 수박을 선물로 주셨다.
무더운 여름 시원하게 보내라고.
마음에 바람이 솔솔 분다.
이번 여름이 벌써부터 좋아진다.
07. 19 (화)
1. 하루 한 가지 도전이라는 리추얼이, 매일 생경하게 살자라는 목표도 있지만, 저에게는 하루 한 순간을 좀 더 소중하게 여겨보자라는 뜻도 있는 것 같아요.
- 하루하루 반복되고 비슷하게 흘러가서 소중한 거 까무룩 잊지만 실은 오늘도 새로운 하루이고, 소중하게 여길 가치가 있는 시간이란 걸 <새로운 도전>을 통해 느끼길 바라는 거니깐요.
- 굿수진님
2. 요즘 조금 피곤하다. 활동적으로 지내는 요즘이 좋지만, 그래도 나는 집을 좋아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몸의 배터리가 닳은 느낌이다. 집에서 충전해야지. 집도 돌보고, 나도 돌봐야지.
3. 혼자 영화는 종종 보는 걸 좋아하는데, 퇴근 후 코엑스 내에 있는 메가박스에 들려 영화를 본 건 처음이었다. 언젠가 퇴근 후에 가야지, 가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실행을 안 했다. 퇴사할 때가 다 돼서야 회사 주변의 편의시설이 다양하고 좋았구나라는 마음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역시 사람은 옆에 있을 때 소중한 걸 모른다는 말은 사실…
07. 20 (수)
1. 마음 가는 대로! 책이 끌리는 것도 다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투투님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책은 어떤 책일까요?
- 메리님
2. 기쁜 날, 여름의 꽃을 한데 모아 선물했다.
꽃 선물에는 보이는 그대로 환대가 향기롭게 스며들어 있다.
- 진영님
글도, 마음도 너무 이쁜 느낌이라, 간직하고 싶다.
07. 21 (목)
1. 영화 “탑건” 후기.
기대한 것보다는 별로였지만, 그럼에도 멋있었던 영화.
영화는 우리의 톰 크루즈 아저씨의 멋짐 폭발과 여러 훈남들의 향연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다. 뻔한 줄거리, 신파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액션 영화의 묘미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매버릭이 루스터에게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해!”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모두들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과 걱정들로 망설이는 일들이 있을 거다. 그렇지만 그냥 해보는 것. 생각보다 그리 나쁘지 않을 거라는 것. 영화는 당연한 것들을 말하지만, 그게 정말 실행하기 힘들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나 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집으로 가는 길, 내가 하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생각들로 망설였던 게 무엇이었나 생각해 보게 된 영화였다.
또, 영화를 보면서 ‘나는 삶을 저렇게 치열하게 살아본 적이 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그 한계에 나도 도전하고 싶다. 한 여름날 해변에서 동료들과 땀 흘리며 운동하는 모습이 너무나 찬란해 보여서, 나도 그 무리에 들어가고 싶었다. 예전에는 땀 흘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름날도, 운동도 싫어했다. 하지만 요즘 이게 얼마나 멋있는지 안다. 땀 흘리는 활동들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말이다.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요즘이 너무 소중하다.
2. 신형철 평론가의 저서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폭력이란 어떤 사람이나 사건의 진실에 최대한 섬세해지려는 노력을 포기한 데서 만족을 얻는 태도라 했다. (...) 타인이 자신을 비장애인과 구분 지어 생각하는 틀에 갇혀버리는 – 즉 섬세함을 잃어버리는 – 예견된 폭력을 피하고자 처음부터 일부러 말을 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하고 멋대로 비약해 본다.
왜냐면 나도 분명 나와 신입이가 사실은 기저가 같은 인간 청년 회사원임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경계로 무심하게 그어버릴 것을 스스로 쉽게 예측하기에.
- 은지님
3. 퇴사할 때가 다 돼서야 주변을 둘러보고 좋았구나 생각하는 마음, 닻을 내리고 한 마을을 여행하듯 살다가 또 다른 나라로 떠날 때의 마음과 비슷한 것 같아요.
- 굿수진님
4. 삶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포기하지 않으면 드물게 드물게라도 점이 찍혀 나가는 것 같아요.
- 굿수진님
5. <좋다 좋다. 뭐든 좋다.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생각은 가만 두지 말고 뭐든 들춰보자.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를지 무슨 디저트가 탄생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도 있다. > - Achim 뉴욕 편
이 글처럼 오늘도 여러분의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생각을 들춰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오늘의 도전이 또 어떤 선물을 가져올지 모르잖아요?
- 메리님
6. 이제는 안녕. 잘 자라야 해.
07. 22 (금)
등산하며 BAC 인증을 하는데 계양산에 얼마 전에 갔을 때 인증을 못했다.
그래서 야등을 한 번 더 도전!
어제는 또 다른 사람들과 등산을 했는데, 산은 누구랑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는 걸 깨달았다. 멤버 한분이 15년 만에 처음 등산을 해서 엄청 힘들어했다. 그래서 1-2분 걷다가 10분 정도 쉬는 산행을 했었는데, 다들 이해해주고 으쌰 으쌰 해주는 분위기로 그분의 완등을 도왔다.
나도 등산에서 빨리 걷거나 잘 걷는 편은 아닌데, 그분이 왜 이렇게 힘들어하나라고 생각을 하긴 했다. 하지만 그건 내 중심에서 하는 착각과 편견일 수 있는 거고, 그분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을 거라는 걸 다른 분들이 도와주는 걸 보고 깨달았다.
어쩌면 등산을 하면서 함께 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같이 속도를 맞추는 것, 힘들 때 도와주는 것, 나도 힘들다고 소리 낼 수 있는 것, 그리고 다 함께 이루어냈을 때의 동지애를 느끼는 것까지 말이다. 내가 올해 처음 등산을 했을 때 도와줬던 분들이 생각나는, 가깝지 않았지만 친절을 베풀었던 타인의 호의가 다시 한번 생각나는 오늘이었다.
07. 23 (토)
책 “반짝이는 박수 소리” 그리고 영화 “코다”의 독서/영화 모임의 발제자가 되어 오늘 참석했다. 내가 작성한 발제문이 좋았는지 안 좋았는지 정확한 얘기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내 나름 많은 고민을 하고 질문을 만들었기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첫 발제자라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야 하는지를 몰라 많이 버벅거렸는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다른 이야기를 끌어내는 게 힘들지만 재밌는 경험이었다.
망설이다 시작한 이번 독서 모임에서 발제자로 참석할 수 있어서 ‘내가 도전하지 않으면, 다른 기회는 오지 않는다!’라는 것도 깨달았다. 예전에는 생각이 더 많고 망설였는데, 요즘은 생각을 전보다 줄이고 대신 행동하니 기회가 많아지는 듯하다.
07. 24 (일)
1. 도시 속 조그맣게 남아있는 자연 한 조각을 시라는 숟가락으로 맛본 느낌이다.
- 햇빛님
2. 6월에 소백산 단체 산행을 다녀온 이후로 친한 사람이 없는 게 뻘쭘해서 별로 안 가고 싶었는데, 이제는 등산 벙에 좀 다니다 보니 아는 분들이 조금 생겨서 한 번 더 단체 산행을 가보고 싶어 신청했다.
산행지는 광주에 있는 무등산이었는데, 서울에서 차로 약 3시간 정도의 거리가 있었다. 여행하는 기분으로 이동하며 도착한 무등산은 운치가 있었다. 그리고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비가 많이 오는 우중산행이었다. 이번에는 6명이 팀이 되어 이동했는데, 팀원들 모두 좋고 즐거운 산행이었다. 걱정을 너무 하지 말고, 산행을 다녀도 될 정도로 내가 만나는 산악회 대부분의 분들이 좋은 듯하다.
우중산행을 하고 싶어서 우비도 샀기에 비가 와서 너무 좋았지만, 정말 너무 홀딱 젖어서 몸이 아프긴 했다. 하지만 오늘도 뿌듯하고 즐겁고 기억에 남을 등산이었다. 내 인생의 대부분들이 ‘할까 말까’라는 갈림길에서 ‘해보자!’라는 길로 갔을 때, 무언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07. 25 (월)
1. 또다시 퇴사를 했다. 이젠 프로 이직러다. 오래 다닐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아니었구나 싶다. 이럴 때면 한 직장에 오래 다닌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정처 없이 떠도는구나. 이리저리 가다가 내 마음이 맞는 곳이 생기겠지? 이번이 그랬으면 하고 바라본다.
2. 나의 콜 사인은 'Packer'
07. 27 (수)
1. 이번 달은 조금 정신이 없었다. 사실 그리 바쁘지 않았는데, 마음이 정신없는 듯했다. 마음을 편히 먹고, 나를, 나의 하루를 돌아볼 시간을 주지 않았다. 바쁠 때는 그만큼 나에게 여유를 줘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었다.
중심을 잡고 살아가기. 내가 요즘 잘하지 못하고 있는 걸 다시 챙겨야겠다. 나의 시간을 가지고, 바쁘고 정신없다고 생각 말고 여유를 가져야지. 그래도 전보다는 ‘나’가 다양해져서 좋다. 다채롭고, 중심이 있는 ‘나’를 만들어 가야지.
2. 일이 있어 강남에 왔다가 트레바리 슈퍼마켙에 들렸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가보았다. 요즘 이런 일이 많아져서 좋다. 고민은 적게, 행동으로 옮기기.
친절한 직원분의 설명과 이쁘게 배치되어 있는 공간들이 좋았다. 조만간 가게 될 여행의, 축하주 와인 한 병과 귀엽게 생긴 우리술 한 병을 구매했다. 새로운 회사와도 가까워져서 점점 이 공간이 좋아질 것 같다. 마음에 든다.
이제, 계속해서 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찾으러 다녀야지.
오늘도 역시 그냥 하니깐 선물처럼 좋은 공간을 알게 되었다.
07. 28 (목)
1. 자신의 과거와 만남으로써 자신을 해방시키는 이야기.
Vis ta vie 네 인생을 살거라.
나쁜 추억은 행복의 홍수 아래 가라앉게 해. 수도꼭지를 트는 것은 네 몫이란다.
잔인한 동화 한 편을 본 느낌.
이모들이 대단하면서도 잔인해 보였다.
자신들의 기준으로 아이를 키우고,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과보호를 하게 하는 것도 사랑일까?
폴은 2살에 멈춰줘 있었다. 이모들의 과보호, 쳇바퀴 같은 일상에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그저 살아갈 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마담 프루스트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도와준 어른이었다. 그가 알 수 없는 우울과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자신이 기억하지 못했던 과거를 발견하며 누군가를 향했던 분노도, 누군가를 그리워했던 마음도, 그리고 마침내 발견한 진실로 자신이 원하는 걸 찾아간다.
나는 폴의 인생이 나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의 사랑이 감사했지만, 때로는 숨 막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의 인생이 폴의 인생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부모님은 충족하길 원했다. 나 또한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어느 순간 너무 힘들었다. 이게 진정 내가 원하는 일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채 살아가는 게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그 시간들이 때로는 힘들었지만, 대부분은 좋았다.
내가 진정한 어른이 되려면, 내가 가진 문제를 직면하는 것이 중요해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리고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 나의 인생을 살기 위해, 오늘도 화이팅.
2. 오늘 하루를 정의하자면, "세 자매의 지난 유럽 배낭여행의 N일차"였다. 작열하는 태양이 그랬고, 걸었던 걸음 수가 그랬고, 꽉꽉 채운 코스가 그랬다.
언니와 나는 언제나 계획적으로 살았다. 일상에서든, 여행을 가서든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계획을 세워서 만났다. 예전에 계획을 세우지 말고 쉬어보자라고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게 우리에게 더 큰 스트레스가 된다는 걸 안 이후로는 차라리 계획을 유연하게 짜는 게 낫겠다 싶었다. 미리 정해둔 곳에 가서 좋았다고 느껴지면, 보물을 찾으러 모험 떠나 보물섬을 발견한 기분을 느끼는 거니깐. 그것도 기분 좋은 일이니깐.
그래서 오늘 언니가 미리 예약한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과 칵테일을 맛볼 수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서울 공예박물관에서 한국의 공예품들을 언니에게 보여줄 수 있었고, 시원한 음료를 마시면서 여름의 더위를 피해 잠시나마 쉴 수 있었다.
그리고 언니와 내가 서로 하고 싶었던 향수 만들기도 할 수 있었지. 정말 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언젠가 해야지. 가격이 좀 비싸니 나중에 해야지…’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근데 요즘은 내가 미뤘던 ‘나중’이 언제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언제 올지 모르는 안정된 미래를 위해 현재에 놓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있다는 생각이, 날 움직이게 만든다.
현재에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니, 더 열심히 살고 싶어진다. 평일에 열심히 나의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주말에 즐겁게 현재를 즐기는 나로서의 삶을 사는 것이 요즘 재밌다.
탑-미들-베이스의 각각의 향을 맡아보고, 내가 좋아하는 향을 섞어 만들었다. 한여름날 여름꽃이 만연한 정원을 거니는 느낌을 만들고 싶었는데, 잘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 마음에는 쏙 든다.
일기를 쓰면서 나만의 향수를 만드는 게 현재의 나를 만드는 과정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향들이 조화롭게 섞여 아름다운 향기가 나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매혹적인 향기가 되는 것. 그것이 나를 만드는 수많은 것들이 조화를 이루어 '지금의 나'를 만들어내는 것과 비슷해 보였다.
내가 무슨 향을 좋아하는지 깨닫고, 각각의 향들을 조화롭게 섞어, 나만의 향수를 만들었다. 오늘의 체험이, 나를 이루는 과정과 비슷함을 계속해서 기억하고 싶다. 나만의 아름다운 향기가 날 수 있도록 조화롭게 살아가자.
3. 동생의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 근처에서 기다려 세 자매 회동을 했다. 을지로는 신기한 공간이다. 오밀조밀한 골목길에 다양한 가게들이 즐비하다. 일하는 인쇄소 옆에, 힙한 펍이 존재한다. 우리는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프랑스로 여행했다. 공간이 바뀌었을 뿐인데, 여행을 온 느낌이 든다. 마음이 들뜨고 즐거웠다.
베트남 식당의 2층이 덥다고 사전에 고지받았는데, 정말 베트남의 날씨 같았다. 후덥지근한 날씨가 우리를 베트남으로 데리고 갔다. 빨간 전등 아래 하이볼을 한 잔씩 들이키며 앉아 있으니, 이 더위도 그리 싫지 않았다. 역시나 뭐든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인가 보다. 한순간에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난 느낌이라 행복했다.
그래도 너무 더워 와인바로 이동했는데, 내추럴 와인을 추천받았다. 나 혼자였다면 시도해보지 않았을, 강렬한 라벨의 로제 내추럴 와인이었다. 맛은 나에게는 그닥이었는데, 언니 동생에게는 맞다고 했다.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온 우리에게 서로 다른 기호가 있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다.
아름다운 색감의 와인, 맛있고 예쁜 요리,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 친절한 직원분까지. 오늘 갑작스러운 동생과의 약속을 잡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을지로에 우리만의 아지트가 생겼다. 갑작스럽지만 즐거웠던 세 자매의 저녁 식사였다.
07. 30 (토)
고민 고민하다가 간 운악산. 결론은 늘 그랬듯 좋았다. 폭염 경보가 내린,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걸었던 이 날을 기억하고 싶다. 하늘은 파랗고, 나무들은 푸르렀다. 더위에 지친 나에게, 우리에게 바람이 스치듯 지나갈 때면, 이 여름이 나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것 같았다.
6시간 정도의 오늘 산행은, 여름이 나에게 준 선물 같은 하루였다.
파란 하늘과 폭신한 흰 구름, 그 아래 푸르른 산과 나무들을 마음에 남겨야지.
그리고 행동하는 나를 조금 더 많이 좋아해 줘야지.
- 2022년 7월의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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