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젠가 우린 다 혼자가 돼. 그러니 자신을 돌보는 법을 알아야 해. "
- 퀸스 갬빗 中
나를 꿰뚫어 볼 거 같은 동그란 눈에 이끌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퀸스 갬빗"을 보게 되었습니다.
"퀸스 갬빗"은 1950년대 보육원에 살던 베스 하먼이라는 소녀가 우연히 체스를 접하고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며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로 이루어집니다. 이기고자 하는 욕망과 그로 인한 약물 중독에서 위태롭게 줄타기를 하는 그녀의 모습을 긴장감 있게 보여줍니다.
드라마는 고아 소녀의 성공기라는 뻔한 서사일 수도 있는 줄거리를, 체스라는 독특한 소재와 매력적인 주인공으로 재밌게 풀어냈습니다.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주위 사람들은 시기나 질투를 하기도 하고, 고아라는 베스의 주위에는 불운이 뒤따른다는 그런 인생 따위를 보여주지도 않죠. 베스의 체스 인생에서 성장해 나가고 옆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는 드라마의 줄거리가 좋았습니다.
베스의 체스 선수로서 명성과 성공에 따라 멋있어지는 그녀의 의상들이 드라마에 몰입하게 된 또 다른 이유였습니다. 새엄마가 할인 코너에서 취향이나 사이즈를 고려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사준 옷을 입고 다녔던 베스가 체스 대회에서 처음 탔던 상금으로 옷을 샀던 것은 고아원이나 입양아로 끌려다녔던 그녀의 인생을 자기가 이끌어나갈 삶의 주체로서 생각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치가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 뒤 매 회마다 보이는 그녀의 의상은 너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남자들의 세계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옷으로 나타내는 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체스를 가르쳐 줬던 관리인 아저씨, 샤이벌
베스를 입양하고 더 넓은 세상에 가게끔 도와주는 새엄마, 앨리스 하먼
그리고 경쟁자이자 조력자로 베스를 도와주는 체스 선수들
각기 다른 방식이지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베스를 도와줍니다.
처음에 베스에게 무관심과 방치를 하던 새엄마, 앨리스가 왜 그럴까 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남자가 돈을 벌고 여자는 집에서 내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1950년대에 남편이 본인을 버렸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그녀가 무너지고 상처 받았기 때문이었던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죠. 상처 받았고 무너져서 자신의 아픔 말고는 주변을 살필 겨를이 없었던 새엄마가 베스의 체스 매니저를 하면서 상처를 치유했고 베스를 의지를 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드라마를 보면서 체스는 신사적인 스포츠라고 생각했습니다. 승패의 결과를 직감했을 때 패자가 승자에게 악수를 청하는 행동이, 승부를 인정하고 승자에게 축하를 건네는 그 과정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자들의 세계에서 베스를 여자가 아닌 같은 체스 선수로 대하며 그녀가 이겼을 때 악수를 청하는 다른 선수들의 모습이 체스 선수로 그녀를 인정하는 것 같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샤이벌 아저씨가 돌아간 뒤에서야 다시 방문했던 고아원, 그리고 그곳에서 봤던 베스를 향한 샤이벌씨의 사랑. 수많은 뉴스와 잡지 속 베스의 경기를 다 보고 있었던 것이죠. 조금만 더 일찍 뒤를 보았다면 샤이벌씨에게 고맙다고 말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전에는 베스가 고아원 관리인인 샤이벌씨에게 체스를 배웠다는 말을 아무도 기사에 실어주지 않았습니다. 고아이고 여자라는 소재가 시선을 더 끌었기 때문이겠죠. 러시아 초청 체스 대회에서 베스가 결승 게임을 남겨둔 날, 많은 기자들이 그녀에게 인터뷰를 합니다. 그리고 물어봅니다. 누구에게 체스를 배웠냐고요. 그녀는 당당히 이야기합니다. 샤이벌씨에게 체스를 배웠다고, 그리고 꼭 인터뷰 내용에 써달라고 하였습니다. 직접 전하지 못한 샤이벌씨를 향한 존경과 감사함을 이야기하려고 한 건 아니었을까요.
어린 시절 베스가 잡지를 훔치는 걸 눈감아줬던 상점 아저씨처럼, 체스를 처음 가르쳐주고 아이의 재능이 좀 더 크게 키울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샤이벌 아저씨처럼 어린아이에게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대해주지 않아야 하나 생각이 듭니다.
빠른 줄거리 전개와 몰입력 있는 연기력으로 재밌게 본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
체스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베스 하먼의 이야기에 빠져 보세요.
내 드라마 별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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