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가 남었다. 아무도 안 구해줘, 니가 너를 구해야지.
인생은 니 생각보다 훨씬 길어. "
- 내가 죽던 날 中
평소 김혜수 배우님이 출연하는 작품들은 꼬박 챙겨 보았습니다. 이번 영화도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개봉 직후 영화관으로 곧장 향했습니다. "내가 죽던 날"이라는 강렬한 제목에 이끌렸는지도 모르지요.
영화는 태풍이 몰아치던 어느 날 외딴섬 절벽에서 유서 한 장만을 남긴 채 사라진 소녀를 수사하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다른 수사물처럼 사건의 진실이나 인과관계를 밝히는 일보다, 주인공들이 겪고 있는 감정에 집중하며 보여줍니다. 그래서 현수, 세진, 순천댁, 세 명의 주인공이 겪었던 과거의 일과 상처들은 짧거나 간접적으로 보여줄 뿐이죠.
현수는 세진의 흔적을 조사하면서, 상처 받은 모습이 자신과 닮아있는 그 소녀에게 점점 몰두하게 됩니다. 잘 살고 있다고 믿었던 세상이 갑자기 무너지고 모두가 날 버린 것 같다고 느꼈을 현수가 자신과 비슷한 절망에 빠진 한 소녀의 마지막 얼굴을 보았기 때문일까요? 세진의 마지막이 자살이 아니라고 말해줄 단 한 명을 찾으려고 애쓰는 현수에게서, 자신의 마음을 다독여줄 그 한 명을 찾고 싶었던 거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진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현수는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현실을 전처럼 외면하지 않습니다. 남편과 친구에게 그녀는 이야기합니다. 자신을 돌볼 거라고, 더 이상 도망가지 않을 거라고요.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해 피폐해졌던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단단해진 것을 느꼈습니다. 상처 받았던 세진을 보듬어 준 순천댁처럼요.
영화를 보고 집으로 가는 길에 혼자 많은 생각을 하며 걸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잘 웃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해왔던 것이 그저 버티기 위해 위태롭게 있는 나를 감추기 위함이라는 걸 발견했어요. 그냥 힘들어도 버티는 게 삶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은 내가 나에게 그리고 누군가가 나에게 괜찮다고 토닥여주길 바랬던 거 같습니다.
나에겐 내가 남았고 나는 내가 구할 수 있으며 인생은 무척이나 길다는 그 말, 순천댁이 세진에게 해줬던 그 말을 왜 전 저에게 이야기해주지 않았을까요. 외면해왔던 비겁한 마음이 슬프기도 했지만, 용기를 내어 제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제 마음을 다독여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보고 나서 깊은 여운에 잠겼던 영화, 나를 위로해 줄 이 영화 어떠세요?
내 영화 별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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