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이 요만큼이다 정해놓은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마.
뭐든 본인이 재밌는 거 하면서 살아. "
-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中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0년대 상고 출신 여성 사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 속 고졸 사원들은 입사 8년 차에도 말단 사원으로 매일 아침마다 사무실 청소, 커피 타기, 영수증 정리 같은 잡일만을 시키죠. 여성이라고, 고졸이라는 이유로 그녀들에게는 업무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 잔심부름을 하러 간 공장에서 검은 폐수가 유출되어 물고기가 죽어 있는 것을 목격한 자영은 유나, 보람과 함께 회사가 감춘 진실이 무엇인지 증거를 찾습니다. 그 과정을 보여주는 줄거리가 정말 탄탄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마지막에 범인이 밝혀지기 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죠.
영화 속 자영은 저와 사뭇 달랐습니다. 회사를 단순히 돈만 벌려고 다니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고 자신이 이 회사에서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그녀처럼 자신의 일에 열정과 회사에 애정을 갖고 있다면 저는 좀 더 멋있는 직장인으로 지낼 수 있었을까요?
인생이 심심하다고 말하는 보람에게 재밌게 살라고 진심이 담긴 조언을 해주셨던 봉부장님과 악역인 줄 알고 색안경 쓰고 보고 있었는데 단지 업무에 칼 같은 분이셨던 홍과장님, 그리고 회사가 헐값에 팔리는 걸 막아내기 위해 의기투합하였던 자영, 보람, 유나와 같은 고졸 직원들의 모습들 모두 감동적이었습니다. 영화는 내내 이런 사람들을 비춰주며 평범한 사람들끼리 서로 힘을 합쳐 무언가를 지킬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능력은 있지만 대졸이 아니어서 마케팅 회의에 끼지 못하는 유나는 다른 대졸 사원에게 질투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유나가 영화의 마지막 즈음에 그녀에게 날렸던 대사는 제 머릿속에 강하게 남았습니다. 우리는 남과 비교해서 자신을 깎아내리거나 남과 비교해서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며 삽니다. 남의 기준에 맞춰 살려고 하다 보니 다른 사람을 질투하기도 어떤 사람을 따라 하려고 하기도 하죠. 유나가 대졸 사원에 했던 말은 저에게도 해당하는 말이 아니었을까요? "나를 보지 말고 너를 봐."라는 그 말.
가볍게 즐기고 끝날 줄 알았는데, 삶의 방식에 대한 생각을 배우고 평범한 사람들의 강한 힘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영화였습니다. 1990년대의 아련한 추억과 세 주인공의 즐거운 케미, 그리고 평범하지만 열정적인 사람들의 성장기를 보고 싶다면,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추천합니다.
내 영화 별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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