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사회학"에서 흥미로웠던 장은 사회적 계급과 예술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술사회학이라는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좀 더 다루고 싶어 글을 또 쓰게 되었죠. 제가 관심 있게 본 부분은 수용자가 예술작품에서 의미를 어떻게 발견하는지 보고, 취향과 심미적 선택에 기초하여 서로 다른 사회 집단의 경계가 창출하는 방식을 설명하였던 장이었어요. 상이한 사회 계급이 상이한 형식의 예술을 소비한다는 것이 대중적으로 정형화된 생각이고, 예술 소비에 대한 고정관념은 현대 사회의 실제 유형보다 더 과다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중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구분 짓기에 대한 이론을 공식화하여, 현대사회에서 사회계급 내지 계층이 어떻게 유지되고 재생산되는지, 피지배계급 혹은 노동계급이 어떻게 자신들의 지위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설명을 문화에 관한 분석을 통해 제기하였습니다. 그는 문화자본을 많이 보유한 부모를 둔 사람들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자본을 보다 손쉽게 교육적 자질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입장은 문화자본을 습득하는 데 있어서 어린 시절의 초기 사회화 과정의 중요성을 보다 강조하는 입장이었고, 다시 말하면 상속 자본의 효과를 강조하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죠.
따라서 아버지의 출신 계급이 무엇이었는가에 따라서 어린 시절에 무의식적으로 습득되어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문화적 취향이나 선호의 대부분이 결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바로 그런 점에서 부르디외에게 있어서 출신 계급은 한 개인의 운명을 상당 부분 결정짓는 요인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부르디외의 독특한 점은 구조와 행위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기보다는 그 사이를 매개하는 구조로서 '아비투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끌어들여, 기존의 이론들이 극복하지 못했던 구조와 행위의 딜레마를 넘어서려고 시도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부르디외는 어떻게 문화가 계급과 지위의 차이들을 유지하고 재생산하기 위해 작동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하였습니다.
이렇듯 부르디외는 한 사회에서 지배적인 권력관계는 정치적, 경제적 자원의 불평등한 분배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형태의 상징적 자원의 불평등한 분배를 통해 정당화되고 재생산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는 이 상징적 자원의 핵심적인 부분을 ‘문화자본’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였는데, 이는 취향에 기반을 둔 자산으로 고급예술과 고급문화에 대한 지식, 높은 수준의 교양과 안목, 세련된 화법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문화자본은 자신보다 낮은 계층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유지하거나, 계급 구분을 재생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언어능력, 미적 선호, 졸업장 등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자원들, 즉 사회적으로 소유하거나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상징적 부의 소유를 위한 도구로 생각하면 됩니다.
<예술영화 취향의 구별 짓기>라는 논문에서는 부르디외의 관점처럼, 경제적이고 개인적인 수준을 넘어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를 갖는 문화자본의 연구를 통해 현대 사회의 구별 짓기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하였습니다. 문화 취향을 통해 구별 짓기가 진행되는 문화양식 중의 하나로 한국 사회의 가장 대중적인 취미인 영화 분야, 그중에서도 예술영화에 주목해서 말이죠. 예술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이 예술영화를 어떻게 소비하는지, 대중적인 영화들은 어떻게 소비하고 평가하는지를 비교, 대조하여 이들이 자신의 예술영화 취향을 일반적인 영화 취향으로부터 어떻게 '구별'짓는지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일반적인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들의 예술영화에 대한 평가를 통해 예술영화 취향이 실제로 한국사회에서 다른 영화 취향으로부터 구분 지어지는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연구를 통해 예술영화는 영화라는 대중문화의 분류에 속해있는 동시에, 한국사회에서 고상한 고급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예술성 있는 문화라는 상징성을 지니며, 예술영화 소비자들은 예술영화와 대중영화의 관람방식에 차별을 둔다는 결론이 도출되었어요. 그중에서 예술영화를 즐기지 않는 일반 영화 소비자들 또한 예술영화를 더 고급스럽고 예술성이 있다고 평가함으로써 예술영화와 대중영화를 구분 짓고 있다는 결론이 가장 ‘구별 짓기’의 이론에 부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술과 사회 계급, 보이지 않는 계층을 만든 예술의 이면을 책과 다른 글을 통해 사회 문제로 인식하며 깊이 사유해 보았습니다.
나의 책 별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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