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솜이 작가님의 "수요일의 커피하우스"를 읽고 완전히 그녀에게 반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 "루스, 발렌타인 그리고 홀리"를 고민 없이 꺼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제목을 보고 무척이나 특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인터넷으로 찾아본 뒤에야 루스, 발렌타인, 홀리가 영화 속 여주인공의 이름인 줄 알게 되었습니다. '낯선 사람과 춤을'에서의 루스, '유 콜 잇 러브'의 발렌타인, 그리고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의 홀리라는 것을요.
처음엔 평범한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반전이, 그래서 이루어질 수 없었고 긴 세월동안 헤어졌어야 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슬펐어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의 홀리를 닮고 싶어 해서 그녀의 이름을 사용했던 홀리. 저도 오드리 햅번을 좋아해서 그 영화를 전에 보았었습니다. 그러나 그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잘 알지 못했던 티파니의 의미를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던 것 같네요.
"티파니는 여자의 영원한 꿈을 파는 곳이에요.
그래서 한번도 티파니에서 가본 적 없는 여자도 그곳을 친근하게 느끼는 거죠.
보석반지를 사지 않아도 세상 어딘가에 티파니가 있다는 사실이 중요해요.
로맨스도 그런 거예요. 로맨스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로맨스의 요소들이 중요한 거죠.
그토록 멋진 로맨스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 말이에요. 꿈을 꿀 여지가 남아있는 거니까요."
작가가 되기 위한 남자에게 많은 것을 깨우쳐주는 홀리. 그녀는 자신이 그를 떠날 것이란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그렇게 대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이 되었습니다. 홀리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녀를 생각할 때면, 내 가슴도 조금씩 먹먹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홀리가 그를 떠나고 그 후 남자가 홀리가 떠나간 이유를 알았을 때 정말 충격이 컸을 것입니다. 그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싶은 그의 마음이 이해가 갔어요.
그러나 그녀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싶어 멀리 다른 곳으로 떠난 그가 정착한 곳은 다름 아닌 뉴욕이었습니다. 홀리가 무척이나 자주 말했었던, 여자들이 꿈꾸는 장소인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나왔던 티파니 상점이 있는 그곳에서 남자는 홀리를 잊으려 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그녀와의 추억을 평생 간직하려 했던 것일까요...
마지막 부분에서 홀리와 그가 티파니 상점 앞에서 만나는 장면은 조금은 환상적이었습니다. 그와 그녀가 실제로 만났는지, 만나지 못했는지는 저마다의 상상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그의 마음 속 홀리는 언제나 그의 곁에 머물고 있었을 것이라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는 당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작가였으면 좋겠어요."
이 책의 가장 중요한 교훈이 가슴 속에, 그리고 머릿속에 계속 남아있습니다. 무엇이든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그 말. 남자가 홀리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녀가 그를 떠났고, 두 사람은 헤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움도, 망설임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내가 정말 사랑했던 것들이었다면, 이해할 수 없다 해도 사랑할 수 있지는 않을까라는 그런 생각이 문뜩 들었습니다.
내 소설 별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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