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유생활/책

독일 소설, 카프카 살인사건 - 크리스티나 쿤

728x90

 

 

우연일까, 필연일까? 증오였을까, 아니면 멈출 수 없는 위험한 장난이었을까?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다. 아무튼 이 음악은 우연이 아니다.

 

 

 카프카적(Kafkaesque)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부조리하고 악몽 같은’이라는 뜻을 지닌 이 형용사는 깊은 주제 의식과 기발한 상상력, 독특한 캐릭터 등으로 인간의 근원적 불안을 형상화한 실존주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이 갖고 있는 특징을 고스란히 내포합니다.

 

 프란츠 카프카, 그를 알기 전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의 제목에 나오는 카프카가 단지 소설 속 누군가의 이름일 뿐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그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뒤 카프카라는 소설가와 그의 작품을 조금은 알게 되었고, "해변의 카프카"라는 제목 속 의미를 이해할 것 같습니다.

 

 "카프카 살인사건"은 내가 그동안 봐왔던 추리소설 중에 반전으로 가장 충격을 받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추리소설을 보고 범인이 밝혀져도 그렇게 놀란 적은 많이 없었는데, 정말 이 작품은 정말 대단하고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단지 잔인하고 무서운 작품이 될 수도 있는 추리소설을, 카프카의 단편소설과 잘 섞어서 섬뜩하고도 아름다운 지적 소설로 만들어냈습니다.      

 

 

 나와는 다른, 또 다른 내가 주도권을 쥐었다.    

 

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프롤로그부터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게끔 만들었습니다.

 

 

 소설은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근처 한 아파트에 사는 20대의 발레리나, 헬레나 바로바가 붉은색 짧은 원피스를 입고 춤을 추다가 금속 채찍에 맞아 과다 출혈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소설은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수사의 방향조차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2주가 흘렀을 때, 또다시 두 번째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데 독문학생인 저스틴 브랜든버그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창살형 감옥에 갇혀 입이 꿰매진 채 살해당한 것입니다.

 

 그러던 중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프라하에 있는 고서점으로 누군가 카프카의 미발표 단편소설을 보낸 사실이 밝혀지고, 희생자들이 바로 그 소설에 등장하는 살인의 방식과 똑같이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자 경찰은 카프카 문학의 권위자인 밀란 허스 교수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그를 연행해 취조하는데, 그 과정에서 밀란 교수는 목을 매어 자살하고 그의 조교 파울 올리비에는 실종되면서 수사는 또다시 난관에 봉착하게 됩니다.

 

 처음 헬레나 바로바가 죽어가는 부분을 읽을 때 충격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채찍을 맞고도 피하지 않았다니... 아직까지도 그녀가 채찍을 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잘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이 부분을 읽고는 그녀의 처지에 대한 자신의 비관적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풀리지 않은 많은 질문. 그러나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헬레나 바로바는 분명 자신을 증오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채찍을 맞으면서도 가만히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존재의 죽음에 대한 복수로 아버지의 연인들을, 아버지가 평생 존경하던 카프카의 작품에 그려졌던 방식대로 잔인하게 죽인 열여섯 살 소년. 그들을 그렇게 죽이면서 그는 아버지가 그 자신의 죄를 벌하길 원했던 것일까요? 그런 아버지는 누가 범인이지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아들의 분노를,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던 것일까요? 죽기 전 자신이 죄인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돌을 던져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연민의 시선을 보내야 하는 걸까요...

 

 이런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분노와 갈등을 카프카의 작품에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허스 교수와 그의 아들 다비드의 관계를 카프카의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설명하면서 상징적으로 보여준 듯합니다. 

 

 

'사랑이란 마치 당신이 나를 후벼 파는 칼이 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살인사건 추적을 하면서 보이는 미리암 검사와 헨리 형사의 사랑과 갈등에 대해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사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와 형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과 노고를 알 수 있었고, 그들도 무섭고 두렵고 무기력한 것을 느끼는 나와 같은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카프카 살인사건"이라는 작품을 통해 카프카의 단편소설 '서커스 관람석에서'와 '단식 광대'는 읽어보게 되었지만, 아직 카프카의 작품을 잘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그의 글을 읽으면 우울한 기분이 들고 무서워서 다른 작품을 찾아 읽기가 조금 두려워요. 하지만 언젠가는 카프카의 작품을 읽으면서 그의 세계를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내 소설 별점은?

 

★★★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