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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생활/책

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이 있나요? 소설 달의 바다 - 정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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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 있어요?

 그건 사실 끔찍하리만치 실망스러운 일이에요.

 희미하게 반짝거렸던 것들이 주름과 악취로 번들거리며 또렷하게 다가온다면 누군들 절망하지 않겠어요.

 세상은 언제나 내가 그린 그림보다 멋이 떨어지죠.

 현실이 기대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일찍 인정하지 않으면 사는 것은 상처의 연속일 거예요.

 나중엔 꿈꿨던 일조차 머쓱해지고 말걸요.

 

 

 어디선가 작가님의 이름과 이 책을 스쳐가듯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보자마자 숨은 보석을 발견한 것 같이 너무 반가웠어요. 그리고 어느 나른했던 오후에, 혼자 집에 앉아서 시간이 얼마나 간 줄도 모르고 이 책을 다 읽었습니다. 책에 매력에, 주인공 '나', 민이, 고모의 이야기에 푹 빠져서... 

 

 백수생활을 하고 있는 '나'의 이야기와 우주비행사 고모가 보내온 편지가 교차하면서, 이 책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 듭니다. 서로 상관없는 내용이 교차되었지만, 우주 비행이라는 첫 부분에 마음이 끌려 평범하지 않은 것 같은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읽었습니다. 

 

 트랜스젠더가 되고 싶어하는 민이. 처음에 이런 얘기가 나와서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지금까지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도 없었고, '왜 그들은 자신의 원래 성(姓)을 바꾸려고 하는 걸까?'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민이'라는 인물을 보면서 조금은 이해하였습니다.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원망스러움을...

 

 그리고 계속되는 기사 시험 낙방에 삶에 대한 좌절감과 상실감에 빠진 '나'. 그녀는 자살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자살을 하기로 마음먹고, 감기약 이백 알을 사 모아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런 그녀에게 할머니는 15년 전에 소식이 끊긴 고모가 다른 가족들 몰래 할머니에게 보낸 편지를 보여주면서, 고모가 미항공우주국의 우주비행사라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그녀에게 여행비를 주며 미국에 가서 고모를 만나고 와달라며 부탁합니다. 

  

 각자의 걱정과 고민을 안고 떠나게 된 미국으로의 여행. '나'와 민이와 편지에 적혀 있던 주소 하나 달랑 들고 플로리다로 가서 우여곡절 끝에 고모를 찾습니다. 15년 만에 재회하게 된 고모에게 '나'는 가족들의 안부를 전하고 자신의 백수 처지를 털어 놓지만, 고모는 그녀의 그런 상황에 별 반응 없는 태도를 보이고 화가 난 '나'는 자신의 삶을 다 포기했다고 생각해 버립니다. 하지만 고모는 '나'에게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쉬는 것이라는 말을 건넸다는 것을 알았죠.

 

 하지만 고모의 집에 지내면서, 고모의 직업이 우주 비행사가 아니라 우주 센터 안의 기념품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왜 거짓말을 했는지에 대한 '나'의 물음에 할머니의 반짝거리는 빛과 꿈을 지켜주기 위함이었다는 대답을 듣습니다. 그리고 고모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을 거라는 것도... 그리고 그 동안 민이가 수술을 받는 것에 대해서 냉소와 무시로 일관하던 '나'는, 민이의 친구로서 그를 이해하기로 마음먹고 민이의 생각과 계획을 받아들입니다.

 

 미국에서 돌아온 '나'는 할머니의 빛을 끝까지 지키고 싶어 하는 고모의 뜻을 받아들여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고모가 미국에서 우주비행사로서 잘 지낸다고 전합니다. 고모의 아들 찬이에게는 고모의 과거에 있었던 일들, 그리고 고모가 혼자 오두막에서 살아가는 지금과 가짜 편지, 그리고 고모의 병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줍니다. 찬이는 얼마 동안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오는 엄마의 전화를 받지도 않고,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냅니다. 하지만 얼마 뒤, 찬이는 엄마를 받아들이며 자신도 엄마가 있는 미국에 가기를 꿈꿉니다. 그리고 '나'는 할어버지와 아빠가 운영하는 이대갈비에 출근하면서 작가의 꿈을 키워나가기 시작하고, 민이는 미국에서 돌아온 뒤 계획대로 수술을 하면서 여자로서 다시 태어납니다.    

 

 

 만약 그런 날이 오더라도 엄마, 제가 있는 곳을 회색빛의 우울한 모래더미 어디쯤으로 떠올리진 말아주세요.

 생각하면 엄마의 마음이 즐거워지는 곳으로,

 아, 그래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달의 바닷가에 제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밤하늘의 저 먼 데를 쳐다보면

 아름답고 둥근 행성 한구석에서 엄마의 딸이 반짝, 하고 빛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때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죠.

 진짜 이야기는 긍정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언제나 엄마가 말씀해주셨잖아요?

 

 

 이 책 속의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서 삶은 결코 쉽지도 않지만 그렇게 절망적이지도 않고, 꿈꾸어 왔던 것이 언제나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깨닫게 해 줍니다. 

 

 달 탐사, 우주선에 대한 고모의 편지와 '나'의 이야기를 보면서 내 어릴 적 꿈이 생각났습니다.

 비행기 조종사. 파란 하늘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을 것 같은 그 직업이 정말 멋있어 보여서 동경했고, 정말 되고 싶었지만 시험에 떨어졌었습니다. 그 뒤로 좌절을 했고, 실패했다고 느꼈죠. 하지만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아직 나의 꿈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그저 다른 방식으로 조금 돌아가는 것뿐이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 소설 별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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