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마지막 밤을 맞았다. 집에서 보낸 마지막 밤, 게토에서 보낸 마지막 밤, 가축 수송용 열차에서 보낸 마지막 밤, 그리고 이제 부나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얼마나 더 오래 '마지막 밤'에서 또 다른 '마지막 밤'으로 전전해야 하는 걸까...
지극히 인간적이고 평범한 생활들을 누릴 수 없었던 그들은 도대체 무슨 잘못이 있었기에 그런 비참한 일을 당했어야만 했냐는 생각이 책을 읽고 난 뒤에 계속 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먹고 입고 자는 그런 사소한 것들이 그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였던 것이었습니다. 자유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너무 시렸습니다. 한 치의 희망도 보이지 않았던 지옥 같았던 그곳에서 내가 만약 그곳에 있었더라면 무엇을 의지하고 믿으며 살기 위해 매달렸을까요.
아주 옛날 일도 아니었습니다. 고작 반세기 전의 일이었습니다.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잔인한 짓들을 고작 유대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살시키려는 무자비한 생각에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이런 비인간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을 알게 되더라도 나는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내가 한없이 작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앞으로 내가 좀 더 성장해서 그러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그리고 비인간적인 일들을 벌이는 그들에게 대항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 두려움에 떨면서 언젠가는 다가올 새벽을 간절하게 기다렸던 그들의 마음을 기억하기 위해서 작가가 제목을 밤이라고 지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잔인한 과거를 생각하면서 저는, 다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빌었습니다.
"입술을 깨물어. 울면 안 돼. 훗날을 위해 분노나 증오를 삭여야 해.
당장은 아니지만 그날은 반드시 올 거야. 이를 악물고 기다려."
내 소설 별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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