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고전 소설은 조금의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읽지 않는 책이라고 말입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어렸을 때부터 명작이라고 많이 들었던 책이어서 어떤 줄거리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조금 했었습니다. 책을 사고 몇 주가 흘렀을 때야 "데미안"의 첫 장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제가 읽었던 다른 소설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책을 읽다가 생각하고, 또 읽고, 생각하고…… 다 읽고 난 지금도 이 작품은 저에게 어렵게 느껴집니다. 소설 속 인물들의 질문을 깊게 생각해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곱씹으면서 말이죠.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언젠가 새가 알을 까고 나오는 과정에 들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새끼 새가 알을 까고 나올 때 누군가 도와줘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도와줬다면, 새는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남에게 의지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새가 알을 깨듯이 사람이 자신이 속한 세계를 깰 때, 남의 강요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의지로 삶을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고, 도전하려는 행동보다는 망설이는데 보내는 시간이 많을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의지로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것은 늘 어렵지만, 사람이 성숙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어려움을 닥쳤을 때 알을 깨고 나오는 대신 '나의 작은 세계' 안에서 웅크리며 그 작은 세계만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데미안" 속의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자신의 혼자 힘으로 알을 깨고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다른 외부적 조건이 아닌 싱클레어 그 자신이 정한 세계 속에서 자신을 깨고 나와서 세상을 좀 더 넓게 보는 방법을 알기를 원했을 것입니다. 소설 속 싱클레어가 겪었던 좌절과 고통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깨고 나와야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지금 나에 대한 고민과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도 싱클레어처럼 내가 속했던 하나의 작은 세계를 깨고 좀 더 큰 세상을 보기 위한 알을 깨기 위하는 과정이 아닐까요?
이런 과정에서 싱클레어 옆에서 그를 조용히 지켜봤던 데미안이라는 존재가 저에게는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친구이기도, 세상을 살아가는 조언자이기도 한 그의 존재가 부러웠다는 말이 정확할 것입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데미안처럼 나의 세계를 깨는 것을 도와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설 "데미안"도 나의 세계를 깨는데 하나의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읽었던 다른 소설처럼 한두 번 읽고는 끝내서는 안 될 듯합니다. 옆에 두고 생각날 때쯤 한번 보고 나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이해가 안 되던 글 속의 내용들도 나중에 다시 꺼내서 차츰 다시 생각해보면 깨닫게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지금까지 오직 선만을 동경의 대상으로 삼으며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나의 내면에 고통과 혼란, 두려움은 있어서는 안 되었고, 만약 닥치더라도 깊숙한 곳에 묻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요즘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어두운 면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의미로 헤르만 헤세의 선과 악에 대한 표현, 서로가 하나의 조화된 세계라는 사상은 내게 큰 충격과 깨달음을 주었고, 하나의 세계를 뚫고 나오기 위해서는 혼란과 두려움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 소설 별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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