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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생활/책

나의 미루는 하루, 미루기의 천재들 - 앤드루 산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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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하루를 생각해 본다. 자기 전,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출근 전에 책을 읽어야지'라고 다짐하며 알람을 5시에 맞추고 잠이 든다. 다음날 5시에 울리는 알람을 5분씩 늦추며, 출근 준비 시간이 임박해져서야 침대에서 일어난다. '난 왜 이럴까' 자책하면서 출근한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나면, 오늘은 책을 읽어야지, 일기 써야지, 영어 공부해야지 같은 다짐에서 나는 해이해진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할까?'라는 달콤한 유혹에 이기지 못한 채 넷플릭스를 본다. 이런 하루에서 늘어가는 건, 나에 대한 자책뿐. 책 속 미루기의 위인들은 그래도 미루기를 하며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는 거 같은데, 난 왜 이 모양일까. 처음 책을 읽었을 때 든 생각이었다.

 

 책을 읽다가 내 머리를 탁 치던 문구가 있었다.

 '경제학자들이 "과도한 가치 폄하"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기다려야 하는 먼 미래의 보상보다 즉각적인 보상을 중시하는 경향을 뜻한다. (...)

 미래의 자신보다 현재의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기는 거다.'

 나의 미루는 하루들에서, 미래의 잘 사는 '나'보다 현재의 편하게 휴식을 즐기는 '나'를 소중히 여기는 듯하다. 그리고 미래의 보상이 무엇인지 명확히 모르니, 그냥 현재를 편하게 살고 싶겠지. 아니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이라 정의 짓고 출근 전 새벽과 퇴근 후 저녁을 보내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소풍 가는 날 설레었던 그 기분으로 일어나고 싶다. 소풍의 설렘이 지금의 나에게는 무엇이 있을까? 며칠 전 드라마 "한 사람만"을 보았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들이 그럼에도 하루를 살아가는 이야기. 내가 흘려보냈던 시간들이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시간일 수도 있고, 나의 시간들도 확실하게 주어진 시간이 아니라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다. 극 중 주인공 중 한 명이 내일 눈을 뜬다면, 바다를 보러 가고 싶다고 했다. 내일이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음을, 나의 내일도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무서워졌다. 당연하지 않은 하루를 당연하게 쓰고 있었던 나의 무심함도 돌이켜본다.

 

 미루는 하루에 대한 반성부터 시작한 나의 생각은, 하고 싶은 일을 고민해 보자라는 다짐과 나의 하루를 소중히 여기자는 결론들로 이어졌다. 나의 미루는 습관의 끝에서,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느끼다니 아이러니하다.

 

 

 

 

 

-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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