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하게 힘든 사람은 나뿐이라고 생각하게 돼. 그럼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으니까. "
- 지랄발광 17세 中
지랄발광, 이 강렬한 단어로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10대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가 뭔지 대충은 알 거 같았습니다. 어수선하고 난리법석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사랑스러운 10대의 성장 이야기. 원제는 "The Edge of Seventeen"으로 17세의 끝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Edge'라는 단어가 미국 10대 청소년들이 남들과 달라 보이기 위해 부리는 허세를 뜻하기도 한다고 해요. 그래서 17세의 허세라는 의미를 강하게 표현하려고 "지랄발광 17세"라고 제목을 붙인 거 같습니다.
"지랄발광 17세"가 한국에서 극장에 개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많은 영화 팬들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배급사 소니 픽쳐스는 영화가 인기가 없을 거라 생각해 국내에서는 극장 개봉 없이 DVD 발매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개봉을 앞두고 공개된 해외 예고편이 국내 영화 커뮤니티에 소개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받았고, 국내 많은 영화팬들이 개봉 미정인 작품 중에 가장 보고 싶은 영화로 손꼽으면서 입소문이 퍼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니 픽쳐스는 DVD 발매 하루 전, DVD 패키지를 폐기하고 극장 개봉을 결정했습니다.
영화는 친구와 외모가 고민의 사춘기 소녀 네이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담아냈습니다. 유쾌하지만 조금 짓궂고 별난 성격의 네이딘은 자신의 주변이 무식하고 이기적인 사람들 투성이라고 여기며 본인의 인생은 망했다고 푸념하며 살아갑니다. 사사건건 끊임없이 친구, 가족, 연인 등 주변인들과 부딪히며 흑역사를 쌓아가는 네이딘의 모습이 얄밉기도 안타깝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공감하며 바라보는 이유는 철없고 미숙했던, 하지만 순수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지요.
네이딘은 모든 게 불만투성이인 소녀입니다. 그녀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자상한 아빠가 있었지만 몇 년 전 심장마비로 돌아가셨고, 그녀는 상실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매일 똑같은 파란색 재킷을 입는 그는 친구 사귈 줄 모르고, 질투심 많고, 사람들이 자기를 몰라준다고 생각합니다. 오빠인 데리언은 네이딘과 달리 잘생기고 친구도 많았고, 그런 데리언과 자신을 비교하죠. 하지만 네이딘에게도 초등학교 때부터 유일하게 마음을 연 단짝 친구 크리스타가 있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여행으로 집을 비운 날, 네이딘은 크리스타를 불러 밤새 놀다가 숙취로 쓰러져 잠이 들고 맙니다. 그녀가 잠든 사이에 데리언과 크리스타는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며 사귀게 되죠. 데리언이 자신의 단짝 친구를 빼앗아 갔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네이딘은 크리스타와 말다툼을 하며 그녀와 절교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어윈에게 연락하여 놀이동산에 가고 그의 집에 놀러 갑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상대방의 말을 듣기보다는 혼자 말하고 판단해왔다는 걸 알게 되죠.
크리스타와 싸운 후 네이딘은 엄마의 차를 타고 등교했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있는 크리스타를 본 네이딘은 차에서 내리고 싶지 않아 했고, 그런 딸을 본 엄마는 회사로 데리고 갑니다. 회사에서 엄마와 네이딘은 말다툼을 하다가 '아빠가 지금 네 모습을 보면 실망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엄마에게 상처 받고 엄마의 차를 훔쳐 도망갑니다. 그리고 홧김에 짝사랑하던 닉에게 메시지를 쓰다가 실수로 전송 버튼을 눌러 버립니다. 절망했던 닉은 부끄러워서 자살하고 싶다고 브루너 선생님에게 달려가 말하지만, 그 문자에 닉은 데이트하자는 답장이 오며 곧바로 설레어하며 네이딘은 그를 만나러 갑니다.
하지만 닉은 네이딘과 데이트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녀가 메시지에 쓴 내용처럼 단지 즐기기 위해 나온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잘못 생각했음을 알게 된 네이딘이 닉을 뿌리쳐 떠나고 의지할 곳이 없어 브루니 선생님에게 연락을 합니다. 브루니 선생님 집에 갔을 때, 그에게 사랑스러운 아이와 아내가 있는 화목한 가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네이딘은 그가 노총각이라고 퍼부었었는데, 자신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믿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죠.
데리언은 브루너 선생의 집으로 네이딘을 찾아가지만, 네이딘은 오빠는 자기만 생각한다면서 그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기를 거절합니다. 이에 데리언은 화가 나서 자신만을 의지하는 엄마에 대한 중압감으로 힘듦을, 그런 마음을 알아주는 크리스타와 사귀는 것에 화를 내는 네이딘에 대한 섭섭한 속마음을 말하게 됩니다. 데리언의 마음을 몰랐던 네이딘은 브루너 선생님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새벽에 데리언에게 자신의 자기혐오와 열등감을 고백하며 그에게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다음날 한껏 밝아진 네이딘은 오빠와 크리스타와의 앙금을 풀고 극장에서 상영하는 어윈의 작품을 보러 갑니다. 애니메이션의 내용은 외계인 소년이 자기를 거부하던 외계인 소녀를 위기에서 구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네이딘은 어윈에게 그동안의 일을 사과하고, 어윈은 자신의 친구들에게 네이딘을 소개하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자신의 세계만을 몰두하던 네이딘이 주변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성장한다는 내용을 담은 "지랄발광 17세"입니다.
네이딘이 가지고 있던 열등감, 혼자만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고 생각하는 모습,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태도들이 10대의 저를 바라보는 것 같았습니다. 배배 꼬여서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들보다는 멀리 있는 잘난 친구들을 동경하고 그들에게 인정받길 갈구하는 모습이 '딱 나였구나.' 싶었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네이딘의 시각에서 보여주지만, 중간중간 엄마, 오빠, 친구들의 생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오빠 데리언과 진심으로 네이딘을 좋아하지만 지쳐가는 크리스타, 그리고 네이딘에게 호감을 보이는 어윈에게 막 대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네이딘은 남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여 혼자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 누군가를 저울질하고 평가하는 그녀의 모습은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 진심을 다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느껴졌어요. 네이딘의 행동에서 그녀의 인생이 왜 우울하다고 느꼈었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는데, 누가 자신을 사랑해 주는 걸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요?
외롭고 찌질하고 나만 힘들다고 말하는 네이딘이 주변 사람들의 진짜 마음을 이해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지랄발광 17세".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네이딘의 이야기를 보면서, 당신의 미숙하지만 소중했던 사춘기 시절을 떠올려 보실래요?
내 영화 별점은?
★★★☆☆
지랄발광 17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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