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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생활/책

여행 에세이,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 -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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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이 책을 중고서점에서 찾고 조금 놀랬습니다. 소설가 김영하가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난 이탈리아 여행기라는 것과, 삶에 대한 사실적인 생각을 담은 글이라서요.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소설가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 그리고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을 맡기까지 했던 그를 사람들이 부러워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던 모든 직책들을 버리고 그는 떠났습니다. 사람들은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떠나느냐고 궁금했을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 그의 프로필만을 생각하고 책을 볼 때, 이렇게 완벽한 사람이 무슨 고민이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글, 첫 부분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도 참 힘들었었겠다고, 많은 짐을 벗어놓고 갔던 그의 행동이 부러웠습니다. 무겁고 숨 막혔던 삶이었다던 말들과, 모든 것을 놓고 떠난 행동에서, 그리고 책 속의 생각들에서 그에게 위로를 받았습니다.

 

 

어느새 나는 그렇게 돼 있었다. 생각해보면 모든 게 ‘어느새’ 그렇게 돼 있었다.   

 

 

 생각해보면 저도 ‘어느새’ 직장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렸을 적 많은 것을 꿈꾸던 나의 모습은 깊숙이 숨어 버렸고, 어느새 남들보다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며 앞날의 걱정만을 하는 '나'가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무엇을 잃어버린 것일까요?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무엇이 달라졌기에 나의 순수한 꿈들은 없어져버린 것일까요? 저는 문뜩문뜩 떠오르는 이 질문을 생각하며 지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 자신의 현실에 만족하면서 살 수 없을 것입니다. 뭔가 성취하면, 또 다른 벽이 기다리는 그런 삶 속에서 우리는 점점 어떤 무언가를 잃어가겠죠. 대부분의 어른들은 나와 같은 또래의 사람들이 힘들다고, 조금 쉬고 싶다고 하면 어린아이의 투정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앞만 보면서 살아왔습니다. 대학, 취업 등 어떤 관문을 통과하면 무언가를 보상받을 줄 알았기에, 지금 우리들의 삶은 허무해져 버렸습니다. 저 또한 많은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나의 소망, 나의 열정, 나의 꿈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도 그처럼, 모든 것을 놓고 떠나서 나의 잃어버린 것을 되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놓고 떠나와도 저의 걱정들을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를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매는 80살 정도 사는데, 40살 정도 됐을 때 털이 무성해지고 부리와 발톱이 너무 길어 사냥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매는 바위산으로 가 자신의 부리와 발톱을 다듬고, 그 부리로 털을 뽑아 날개도 다듬습니다. 그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여 환골탈태한 매는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김영하도 이탈리아의 여행이 매의 행동처럼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그처럼, 그리고 매처럼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시작해야 하는 과정은 결단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놓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지금 익숙한 것들과 제가 가진 것들을 놓고 떠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처음 이탈리아에 대한 동경을 가진 것은 어렸을 때 읽었던 이탈리아 에세이였습니다. 그 작가도 모두가 부러워했던 자신의 삶을 모두 놓고 이탈리아로 갔습니다. 그녀가 떠나기로 결심하게 된 이유도 자신이 많은 것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언제부턴가 그녀의 주위에 회사, 일 밖에 없어진 그런 삶 속에 그녀의 소중했던 무언가가 사라진 것 같은 슬픔을 느꼈겠죠. 그리고 그녀는 이탈리아에서 새로운 자신을 찾았습니다. 그녀도, 김영하도 이탈리아로 떠난 걸 보면 이탈리아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그리고 새로운 열정을 줄 것 같이 느껴집니다. 파란 하늘과 바다, 따뜻한 햇빛과, 여유로운 그들의 삶을 보면서 자신을 찬찬히 되돌아볼 수 있지는 않았을까요? 저도 그곳에서 스쿠터를 타고 시원한 바람과 바다 냄새를 맡으면서, 투박하지만 정을 가진 그들을 만나며 내가 잃어버린 나의 소중한 것을, 그리고 꿈 많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되새겨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떠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아쉬운 마음을 잡고, 짧게나마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 제 마음속을 들여다보아야겠습니다.

 

 

 


나의 책 별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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