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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생활/책

40년 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떠난 여행, 소설 이탈리아 구두 - 헤닝 만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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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신당할까 봐 두려워 내가 먼저 배신했다.

얽매이는 관계에 대한 두려움,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강한 감정에 대한 두려움은 언제나 나를 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우리는 기억하든지, 기억하지 못하든지 간에 수많은 약속을 해오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약속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지기도 하고 평생 마음속에서 생각하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이탈리아 구두"는 40년 전의 약속을 받기 위해 프레드리크를 찾아온 옛 연인, 하리에트와 떠나는 여행이 주를 이루며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프레드리크는 12년 동안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혼자만의 세계를 만들며 살았습니다. 그런 그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자각하기 위해 추운 겨울 아침, 매일 얼음을 깨고 그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40여 년 전에 이별했던, 아니 일방적으로 그가 곁을 떠났던 하리에트가 그의 섬으로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에게 40년 전, 그녀에게 약속했던 연못으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하죠. 그녀의 등장은 사고를 겪은 뒤 10여 년 동안 죽은 듯이 살았던 그의 생활을 바꾸어 버렸습니다. 

 

 그녀와의 숲 속 연못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그는 외로움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연못을 본 후 돌아가던 길에 하리에트의 딸을 만나러 갔던 그곳에서, 그 딸이 자신의 딸임을 알게 되고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리고 그는 10여 년 전 자기 자신을 섬에 가두게 된 사고의 피해자인 앙네스에게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리에트와 그의 딸, 루이제, 그리고 앙네스에게 편지를 쓰면서 그는 점점 자신이 섬에서 죽어가고 있는 존재가 아니고, 자신의 일상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느낍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프레드리크처럼 상대에게 이런 일을 해왔을지도 모릅니다.  상대가 일정한 선 이상으로 자신에게 넘어오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그런 행동들을 말입니다.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그가 느낀 두려움과 비슷한 감정일까요... 그 자신이 스스로 선택했던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감정은 너무나 쓸쓸해 보였으며, 스웨덴의 겨울 풍경 때문에 더 두드러졌습니다.

 

 헤닝 만켈의 문장은 시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글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이 많았습니다. 짧은 문장으로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붙잡을 수 있는 그런 어투로 작가는 우리에게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감정을 보여 주었어요. 그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걸 조금은 알 수 있었습니다. 처음과 끝, 그의 여정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나는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추우면 외로움도 깊어진다.

 

더 가지는 못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왔다.

 

      

 자신이 살아있음을 자각하기 위해 매일 아침 얼음을 깨고 들어갔던 그. 나는 매일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어쩌면 매일 얼음을 깨고 그 속으로 들어갔던 그와 우리는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가 나중에 선물 받았던 구두 때문에 그의 삶이 전과 같이 외롭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구두가 아닌, 장인의 손길로 정성 들여 만들어진 구두처럼, 그도 자신의 남은 삶을 소중하게 만들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내 소설 별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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