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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생활/책

아들의 진짜 아버지를 찾아서, 소설 내 아들의 아버지 - 카렐 판 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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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어머니의 사랑과 아버지의 사랑 사이에 가장 큰 차이점은 이 점일 것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언제나 자신의 아이가 정말 자신의 아이라고 100퍼센트 확신할 수 있으므로

절대로 그 사실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점 말이다.

 

 

 이 책을 도서관의 책꽂이에서 뽑아 든 건 그냥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내 아들의 아버지. 내 아들과 아버지. '무슨 이야기일까?' 하면서 처음에 책을 읽었는데, 나중에는 책 속의 내용 외의 이런저런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르민은 아내가 죽은 뒤 자신의 아들 보와 단둘이 살았습니다. 그러다 엘런이라는 여자 사이에서의 임신을 위한 노력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자신의 무정자증을 알게 됩니다. 그는 염색체 이상인 클라인펠터 증후군이었죠. 그러니 그에게는 자식을 만들 수 있는 정자 자체가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르민은 모든 것이 다 혼란스럽고, 절망적이어서 뭐라도 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보의 친아버지를 찾기 위해 모니카가 살았을 때 만났던 남자와 그 주변 사람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합니다. 얼마나 참담했을까요... 자신이 사랑했었고 그녀도 자신을 사랑했을 것이라 믿었었는데 그게 한순간에 거짓이 된 것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모니카의 뱃속에 있었을 때부터 자신의 아기라고 믿었던 아들 보가 한순간에 낯선 사람으로 변했을 때 그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 이 상황이 잘못된 것이라 믿고, 진단 카드가 자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에게서 그런 것들이 느껴졌습니다.

 

 

 다음 주면 보는 열네 살이 된다.

처음으로 나는 아이에게 선물로 무엇을 주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문장이 슬프게 다가왔습니다. 아이에게 선물로 무엇을 줄지 모르겠다는 건, 그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갖고 싶은지 잘 모르는 사람들일텐데... 그는 보가 한순간에 낯선 사람으로 느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의 친아버지를 알았을 때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어서 놀랬습니다. 그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그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까요, 아니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아르민이 술에 취해 실수로 보에게 자신이 친아버지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었다면 그들이 삶이 조금이라도 바뀌게 되었을까요... 책을 읽으면서 계속 책 속의 상황과 다른 식으로 흘러갔으면 어떻게 됐을지, 책 속의 상황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인용문구와 정의같이 아르민의 생각들을 정리하는 문장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가 더 생각하게끔 만드는 장치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들은 읽고, 또 읽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책의 소재는 진부한 삼류짜리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에게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던 건, 그런 글들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아버지도 아니다. 아들도 아니다. 연인도 아니다. 친구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존재하기를 멈춘 존재다. 이제 나는 스스로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내 소설 별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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