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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생활/책

스페인 소설, 그림자를 훔친 남자 - 후안 호세 미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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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 비친 상을 부러워하여 거울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거울 밖으로 나온 한 남자의 기묘한 이야기.

 

 

 책 표지에 훌리오와 라우라가 있습니다. 그들의 삶은 그림자로 보기에는 평범하고 행복한 부부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진짜 모습에서는 둘은 서로를 등지고 있고 라우라는 울고 있습니다. 훌리오는 그 모습에서도 그림자로 보입니다. 그의 진짜 모습이 없기 때문일까요?

 

 훌리오와 라우라는 무미건조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이어 주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이웃 남자 마누엘입니다. 그리고 그들 세 명은 친구처럼 같이 지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누엘이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은 상태가 되고, 마누엘의 아버지는 홀리오에게 마누엘의 아파트를 관리해 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하지만 마누엘이 사고가 나고 며칠 뒤, 훌리오는 아내에게 이혼하자는 말을 듣고 집에서 쫓겨납니다. 갑작스런 통보에 당황한 그는 그가 며칠 동안 계속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이웃 남자의 열쇠의 존재를 깨닫고는 그의 집으로 들어가 유령 같은 생활을 하며, 이웃 남자가 그동안 자신의 집에서 들리던 모든 소리를 이렇게 엿들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마누엘의 집에서 지내면서 그는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부러워했던 마누엘의 옷, 헤어제품, 화장품 등을 사용하면서 점점 더 마누엘을 닮아갑니다.

 

 훌리오는 거의 처음 들어갔던 마누엘의 집에서 자신의 집과 거울처럼 완벽한 대칭을 이룬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는데, 마누엘의 집에서 자신의 집을 가리킬 때 거울의 반대편이라고 하는 것이 낯설지만 친숙한 표현인 것 같았습니다. 어렸을 때 같은 아파트에 살던 친구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집에 놀러가서 우리 집 구조와 거울처럼 대칭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기분이 이상하고, 신기했던 기억이 있어요. 저는 한 번씩 거울을 보면서 상상을 했었습니다. '이 거울의 반대편에는 또 다른 내가 존재하면서 살고 있을까?' 나와 거울을 맞대고 있지 않을 때 거울의 반대편의 나는 나와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나 일지 궁금합니다.   

 

 점점 더 마누엘을 닮아가던 훌리오는 무심코 본 마누엘의 메일함에서 자신의 아내 라우라와 마누엘이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마누엘과 라우라가 서로에게 보낸 편지들을 읽으면서 그는 충격을 받게 되지만, 그 둘 사이의 편지 내용에서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 왜 그렇게 두 사람이 많이 말하는지, 자신은 왜 자신의 이야기에 더 눈길이 가는지를 더 궁금해합니다. 그가 정말 아내를 사랑하는지, 아니면 마누엘이 자신의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질투로 그녀가 계속 살게 되는지 계속 의문으로 남아요. 진실 없는 그 두 사람의 관계는 더 이상 희망이 있을까요. 그들의 남은 삶은 행복할지, 불행할지 의문이 드네요. 

 

 소설 속 훌리오의 영화 세트장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사람이 사는 집을 만드는 건축가가 아니라 영화 세트장이라는 가짜 집을 만드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작가는 훌리오의 거짓된 삶을 표현하고 있는 것일까요? 하지만 훌리오의 직업은 꽤나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구의 배치나 인테리어 등의 분위기뿐만 아니라 집 구조를 통하여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는 것이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칭으로 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자신과 마누엘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훌리오가 자신의 이복 여동생의 딸에게 그림자 이야기를 조금씩 하는데, 단편적으로 나오는 그 이야기는 소설 중간중간에 끼여져 있는 하나의 동화같았습니다. 몽환적인 듯하면서 빨려 들어가는... 그리고 예전에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그림자가 없으면 살지 못하고, 그림자가 없으면 감정이 없어진다는 조금 다른 내용이지만, 그림자는 사람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상징적 의미일까요.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듯합니다.

 


내 소설 별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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