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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생활/영화,드라마

내 취향은 뭘까, 영화 소공녀(Microhabitat) 리뷰 (줄거리/결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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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이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

- 소공녀 中

 

 

영화 <소공녀> 스틸 이미지 / 사진: CGV 아트하우스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의 소설 "소공녀"의 제목과 같은 영화 "소공녀"는 어떤 환경에서도 변하지 않는 친절한 마음씨를 지닌 소설 속 세라와 비슷한 영화 속 미소를 보여줍니다. 가진 것이 없어도 취향을 고수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을 잃지 않고 산다는 게 동화 속 이야기처럼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걸까요? 동화 같은 제목에 이끌려 보게 된 영화 "소공녀"는 보고 나서도 동화 속 세상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소의 직업은 가사 도우미입니다. 하루 45,000원의 일당을 받아 밥값과 위스키 한 잔, 담배를 사고, 약값과 월세와 세금을 저금합니다. 2015년 새해 첫날, 담배 값이 거의 두 배에 가깝게 인상되면서 그녀는 큰 위기를 맞게 됩니다. 가계부를 쓰고 고민하던 그녀는 위스키와 담배를 버릴 수 없어 집을 버리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미소는 낡은 캐리어를 끌고 과거 대학시절 같이 밴드를 했던 친구들에게 잠자리를 부탁하기 위해 찾아갑니다.

 

 

영화 <소공녀> 스틸 이미지 / 사진: CGV 아트하우스

 

 

 친구 문영은 더 높은 삶을 위해 제 팔뚝에 직접 포도당을 주사하며 회사생활을 하고 있었고, 미소의 결정에 평균적인 삶은 아니라는 말과 함께 부탁을 거절합니다. 그리고 키보드를 쳤던 현정을 찾아가 그녀를 반갑게 맞아주지만, 갑자기 찾아온 미소 때문에 남편과 시부모님은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현이 혼자에게만 부과되는 집안일에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고, 미소는 정성스럽게 반찬을 만들어 주고, '니 맘 좀 챙기고 살아라!'라는 편지를 남기고 현정의 집을 떠납니다. 세 번째로 대용을 찾아가는데 쓰레기장이 된 그의 집과 대인기피증을 보이는 행동에 이상함을 느끼게 되죠. 이혼 위기에 직면한 그의 사정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미소의 남자 친구 한솔은 대용 혼자 있는 집에서 미소가 지낸다는 걸 싫어해서 그녀는 그 집도 나오기로 결정합니다. 나오기 전 대용을 붙잡아 이야기를 듣는데, 20년 간 월급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며 집이 아니라 감옥이라고 우는 그를 보며 위로해 줍니다.

 

 다음 집으로 미소는 록이의 집을 방문합니다. 록이의 부모님은 집에 온 젊은 아가씨라고 그녀를 환대하고 맛있는 음식과 극진한 대접을 하지만, 그것은 아들 록이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을 여자를 데리고 온 것이라고 생각해서였습니다. 그리고 록이는 집을 떠도는 미소에게 부모님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결혼을 하자고 합니다. 미소에게는 집이, 록이에게는 부모님의 기쁨이 생기는 것이니 둘 다 좋은 거 아니겠냐면서요. 그런 그에게 미소는 말합니다. "집이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이것이 영화가 하고 싶은 말 아닐까요?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미소는 감금되었단 사실을 알게 되고 록이의 집에서 부리나케 도망을 치죠. 마지막으로 방문한 집은 정미의 집이었습니다. 겉보기에 좋은 집에서 안락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정미는 처음에는 미소의 방문을 환대합니다. 미소는 그곳에서 편하게 여러 날을 보내게 됩니다.

 

 

영화 <소공녀> 스틸 이미지 / 사진: CGV 아트하우스

 

 

 하지만 서로의 꿈과 취향을 응원해줬던 한솔과 미소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미소의 생활도 조금씩 어긋나게 됩니다. 웹툰 공모전에 떨어진 한솔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지원하면서, 이제부터는 다른 사람들처럼 사람답게 살고 싶다며 현실에 타협하겠다고 합니다. 미소는 담배, 위스키, 그리고 한솔이 자신의 유일한 안식처라고 하지만, 한솔은 돈을 모아서 집을 구하고 싶다고 말하죠. 또 정미의 남편과 함께 식사를 하는 날, 남편의 눈치를 보며 생활하는 정미를 봅니다. 정미는 대학교 때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묻는 남편의 질문에 뜨거운 사람이라고 답한 미소에게 당황해하며 그녀를 집에서 쫓아내죠. 담배와 위스키를 포기하지 않는 미소에게 염치가 없다는 말로 그녀의 취향을 폄하합니다.

 

 미소는 정미의 집을 나와 부동산을 통해 집을 구하려고 하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에 실망을 느낀 채 일을 하러 갑니다. 그간 청소를 해왔던 민지의 집에 멍하니 있던 민지를 만납니다. 업소 일을 하는 그녀의 사정을 듣지만, 어떤 평가도 하지 않은 채 밥은 먹었냐고만 물어봅니다. 그녀에게 백숙을 만들어 주며 함께 맛있게 먹을 뿐이었죠. 다른 사람들은 미소를 평가하고 폄하하지만, 미소는 다른 사람들을 아무도 평가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해 준 장면이었어요.

 

 한솔은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나고, 미소는 위스키 값이 2000원 올랐지만 그대로 취향을 고수해요. 그 후 미소를 제외한 친구들 5명은 록이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만납니다. 미소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걱정하는 친구들은 미소와의 추억을 되짚으며 각자의 미소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머리가 하얗게 변한 미소를 비춰줍니다. 한강 어딘가에 텐트에 살고 있는 그녀를요. 집과 약을 포기하고도 멈출 수 없는 그녀의 취향은 경이롭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영화 <소공녀> 스틸 이미지 / 사진: CGV 아트하우스

 

 

 미소가 찾아간 친구들은 저마다 지고 있는 삶의 무게에 눌려 행복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친구들을 미소가 위로해 줍니다. 음식 솜씨가 없는 친구를 위해 밑반찬을 만들어 주고, 이혼 위기에 처한 친구에게는 따뜻한 아침상을 차려줍니다.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미소는 그들에게 자신을 챙기라는 위로로 따뜻하게 감싸 줍니다. 그 친구들의 모습이 저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남들과 비슷한 삶을 살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하다 지치고, 평범하게 살지 않는다고 철없다고 타인을 비판하는 모습이 저와 비슷했습니다. 영화를 보며 나의 취향을 아는 것도 중요하고, 타인의 취향도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친구들도 그리고 저도 현실과 타협한 삶을 살지만, 미소는 끝까지 자신의 취향을 지속할 거라 생각해요. 지금도 어딘가에서 미소는 자신의 취향을 즐긴 채 살아가고 있을까요?

 

 영화는 취향을 위해 집을 포기한 미소의 여정을 보여줍니다. 요즘 사람들에게 집은 엄청 중요한 것이 되었죠. 안식처이자, 사회적 위치, 돈을 모을 수 있는 수단으로써 말입니다. 저에게도 내 집 마련은 평생의 숙원일 것입니다. 내 몸 하나 뉘울 곳이 필요하다는 것, 힘든 바깥세상에서 나를 온전히 위로해줄 공간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죠. 그래서 처음 미소가 집을 포기한다고 했을 때 의아했습니다. 하지만 미소가 말하고 싶었던 건 집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취향을 담은 나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소는 제게 "아등바등 내일을 위해 살기보다 현재의 나를 위한 취향을 생각하고 살아도 돼."라는 위로를 해주는 것 같습니다. 내 취향이 무엇인지 찬찬히 살펴보고 싶어요.

 


내 영화 별점은?

 

★★★

 

 

소공녀

 

소공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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