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귀수집 (123) 썸네일형 리스트형 일흔다섯. 박준, 계절 산문 살아오면서 상처가 되는 말들을 종종 들었습니다. 내 마음 안쪽으로 돌처럼 마구 굴러오던 말들, 저는 이 돌에 자주 발이 걸렸습니다. 넘어지는 날도 많았습니다. 한번은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상대가 나를 걱정하고 생각해주는 사람인지, 그래서 해온 조언인지. 아니면 나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면박을 주기 위해 하는 말인지. 앞의 경우라면 상대의 말을 한번쯤 생각해보고 또 과한 표현이 있다면 솔직하게 서운함을 이야기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뒤의 경우라면 그 말은 너무 귀담아듣지 않기로 했습니다. - 박준, 계절 산문 일흔넷.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말테의 수기 그래, 그러니까 사람들은 살기 위해 이곳으로 온다.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여기서 모두 죽어 가지 싶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말테의 수기 일흔셋. 김경미, 다정이 나를 누가 다정하면 죽을 것 같았다 장미꽃나무 너무 다정할 때 그러하듯이 저녁 일몰 유독 다정할 때 유독 그러하듯이 뭘 잘못했는지 다정이 나를 죽일 것만 같았다 - 김경미, 다정이 나를 일흔둘. 78세 할머니의 고백 하루 종일 창 밖을 내다보는 일이 나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누가 오지 않아도 창이 있어 고맙고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벗이 됩니다 내 지나온 날들을 빨래처럼 꼭 짜서 햇살에 널어두고 봅니다 바람 속에 펄럭이는 희로애락이 어느새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네요 이왕이면 외로움도 눈부시도록 가끔은 음악을 듣습니다 고요하게 고요하게 하나의 노래처럼 한 잎의 풀잎처럼 사라질 수 있다면 난 잊혀져도 행복할 거예요 - 78세 할머니의 고백 일흔하나. 요시모토 바나나, 바다의 뚜껑 하루하루의 일에 쫓겨, 평생 한 번뿐인 이 여름이 예상할 수 있는 시간이기를 원하며 스스로 자신을 좁히려 했다. 사실 시간은 모두에게 오직 자신을 위해서만 있는 것인데, 스스로 틀에 끼워 맞추려고 했다. - 요시모토 바나나, 바다의 뚜껑 일흔. 피코 아이어, 여행하지 않을 자유 당신이 어디를 여행했는지, 얼마나 멀리 여행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당신이 얼마나 살아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 피코 아이어, 여행하지 않을 자유 예순아홉. 박치성, 봄이에게 민들레가 어디서든 잘 자랄 수 있는 건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는 바람(風)에 기꺼이 몸을 실을 수 있는 용기를 가졌기 때문이지 어디서든 예쁜 민들레를 피워낼 수 있는 건 좋은 땅에 닿을 거라는 희망을 품었고 바람에서의 여행도 즐길 수 있는 긍정을 가졌기 때문일 거야 아직 작은 씨앗이기에 그리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리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 - 박치성, 봄이에게 예순여덟. 강세형,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웃기면 그냥 웃으면 되고 슬프면 그냥 슬퍼하면 되고 좋으면 그냥 좋은 대로 즐기면 되는 건데 그게 어려워서 나는 참 많은 것들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한 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 채 흘리듯 놓쳐버린 거다. 그 많은 좋은 책, 좋은 영화, 좋은 음악, 그리고 좋은 사람들을. - 강세형,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이전 1 ··· 4 5 6 7 8 9 10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