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사유생활/책

(30)
독일 소설, 철학자의 키스 - 페터 프랑에 철학자의 키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철학자와 키스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의 오묘한 결합에 이끌렸습니다. 철학자들이란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저에게 호기심을 주었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간략한 줄거리조차 읽지 않고 빌려와서는 첫 페이지를 읽고 난 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책에 빠져 들었습니다. 이 책은 18세기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종교에 대한 억압이 심했던 시기에 발행 중에 수많은 탄압과 정지 명령을 받은 '백과전서'라는 책을 중심으로 인물들 간의 갈등이 보이고 소설을 이끌어 나갑니다. 18세기 종교에 대한 교회의 박해가 심했던 그 시대를 배경으로 소피 볼랑이라는 베일에 싸인 인물의 인생을 보고, 느꼈..
살아남은 자의 기록, 소설 나이트 - 엘리 위젤 또 마지막 밤을 맞았다. 집에서 보낸 마지막 밤, 게토에서 보낸 마지막 밤, 가축 수송용 열차에서 보낸 마지막 밤, 그리고 이제 부나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얼마나 더 오래 '마지막 밤'에서 또 다른 '마지막 밤'으로 전전해야 하는 걸까... 지극히 인간적이고 평범한 생활들을 누릴 수 없었던 그들은 도대체 무슨 잘못이 있었기에 그런 비참한 일을 당했어야만 했냐는 생각이 책을 읽고 난 뒤에 계속 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먹고 입고 자는 그런 사소한 것들이 그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였던 것이었습니다. 자유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너무 시렸습니다. 한 치의 희망도 보이지 ..
요하네스 베르메르를 만나다,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 - 트레이시 슈발리에 요하네스 베르메르라는 화가를 알기 전부터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진주 귀고리 소녀"는 많이 봤었습니다. 어두운 검은색 배경, 비스듬히 앉아 무언가를 쳐다보는 소녀의 눈, 반쯤 벌어져 있는 입술, 그리고 반짝이는 진주... 특히 소녀의 얼굴에 들어오는 빛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처음 본 순간부터 그 그림을 사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베일에 싸인 화가의 삶과 그의 그림 속 모델들을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그녀의 상상력으로 풀어냅니다. 그리고 "진주 귀고리 소녀" 이외의 다른 작품들도 이야기 속 중간중간 넣어서 흥미를 느끼게 해 주고, 17세기 네덜란드 도시 델프트의 일상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요하네스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그림 속 한 사람이 그리트일 것 같았고, 그녀가 물을 길..
프랑스 소설, 어떤 약속 - 소르주 샬랑동 2006년 메디치 상 수상작인 "어떤 약속"은 일곱 명의 이웃들이 추억과 우정을 지키기 위해 있었던 10개월간의 여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사람은 누구에게나 오래도록 간직해야 할 소중한 추억과 사랑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설의 초반에는 무슨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조금 지루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읽으면서 에티엔과 포베트가 죽고 난 후, 갑판장과 다른 이웃들이 그들을 기억하면서 집을 드나드는 부분과, 에티엔과 포베트의 영혼이 집에 남아 그들을 지켜보는 부분을 교차되어 보이는 것을 알고는 책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래서 다 보고 나서 여운이 많이 남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열 달 동안 케르아엘에 드나들던 그들은 조금씩 지쳐가기 시작했고, 그만두고 싶어 합니다. 갑판장은 그들 모두가 ..
프랑스 소설, 꽃도 십자가도 없는 무덤 - 클로드 모르강 "너희들은 사람을 죽일 수는 있다! 그러나 결코 이념을 죽이지는 못한다." "꽃도 십자가도 없는 무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작가가 쓴 자전적 소설로, 전쟁과 폭력 앞에서 나약한 인간의 본능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인간과 삶의 존엄성과 사랑의 존엄성을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이 책은 하나의 세계가 우리들 속에서 천천히 죽어가고 있다. 라는 절망적인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프랑스 레지스탕스였던 장 베르몽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히게 됩니다. 포로수용소에서의 생활은 그들에게 비참함과 굴욕감을 안겨주고, 자유로운 판단력을 빼앗아갑니다. 포로들은 하루하루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생각과, 포로수용소에 나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릴 뿐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포로수용소에 오랜 친구인 자크 ..
한국 소설, 수요일의 커피하우스 - 고솜이 "가끔은 말이야, 이런 날도 필요해." 그래, 가끔은 이런 날도 필요할지 모른다. 느리적거리고 서서히 깨어나는, 물 위를 떠다니는 작은 섬처럼, 빗방울이 세포 하나하나에 스며드는 감각. 축음기와 LP레코드, 가정용 오븐과 구식 커피 기구들, 재즈와 화분, 잊혀진 가제 손수건 등이 가득한 수요일의 커피하우스와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신비스러운 주인. 그리고 주택가 골목 작은 커피하우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수요일의 커피하우스라는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이 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러나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 왠지 이 책 속의 '나'는 자신의 가야 할 길의 몰라서 방황하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주인은 인생의 진실한 의미들을 알려줍..
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이 있나요? 소설 달의 바다 - 정한아 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 있어요? 그건 사실 끔찍하리만치 실망스러운 일이에요. 희미하게 반짝거렸던 것들이 주름과 악취로 번들거리며 또렷하게 다가온다면 누군들 절망하지 않겠어요. 세상은 언제나 내가 그린 그림보다 멋이 떨어지죠. 현실이 기대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일찍 인정하지 않으면 사는 것은 상처의 연속일 거예요. 나중엔 꿈꿨던 일조차 머쓱해지고 말걸요. 어디선가 작가님의 이름과 이 책을 스쳐가듯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보자마자 숨은 보석을 발견한 것 같이 너무 반가웠어요. 그리고 어느 나른했던 오후에, 혼자 집에 앉아서 시간이 얼마나 간 줄도 모르고 이 책을 다 읽었습니다. 책에 매력에, 주인공 '나', 민이, 고모의 이야기에 푹 빠져서... 백수생활을 하고 있는 '나'의 이야기와..
한국 소설, 루스, 발렌타인 그리고 홀리 - 고솜이 고솜이 작가님의 "수요일의 커피하우스"를 읽고 완전히 그녀에게 반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 "루스, 발렌타인 그리고 홀리"를 고민 없이 꺼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제목을 보고 무척이나 특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인터넷으로 찾아본 뒤에야 루스, 발렌타인, 홀리가 영화 속 여주인공의 이름인 줄 알게 되었습니다. '낯선 사람과 춤을'에서의 루스, '유 콜 잇 러브'의 발렌타인, 그리고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의 홀리라는 것을요. 처음엔 평범한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반전이, 그래서 이루어질 수 없었고 긴 세월동안 헤어졌어야 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슬펐어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의 홀리를 닮고 싶어 해서 그녀의 이름을 사용했던 홀리. ..

728x90
반응형